Diary

지갑을 두고 출근하다.

무소의뿔 2022. 7. 27. 15:15

어제 매봉역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오는 바람에 오늘은 지하철로 출근을 했다. 엄마가 7시 10분에 깨웠는데, 요새는 자기 전에 샤워를 하고 자고 또 아침도 거르기 때문에 출근 준비 시간이 많이 줄었다. 심지어 먹는 게 부족하니 화장실도 안 들려도 된다. 벌크업 기간에는 항상 출근 전에 모닝 용변을 보고 갔는데, 이게 또 은근히 시간을 잡아먹었다. 아무튼 출근 전 체크리스트에서 3가지 항목이나 줄어버리니, 준비 시간이 대폭 줄었다.

너무 일찍 깨워서 쓸데 없이 출발이 일러져서 회사에 일찍 가게 생겼다며 엄마에게 볼멘소리를 했다. 회사를 위해서는 1분도 더 쓰고 싶지 않다. 그렇게 집에서 목동역까지 걸었을 때, 개찰구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직전에 불길한 느낌이 들어 가방을 더듬었더니, 아이쿠야 지갑을 방에 그대로 두고 왔구나.

다행히 집을 일찍 나선 덕에 다시 집에 들렸다 오더라도 회사에 늦지는 않는다. 1번 걸으면 될 길을 세 번을 걷게 되니, 등판이 땀으로 범벅이 된다. 심지어 회사에서 먹을 데운 닭가슴살이 들어있어 등이 후끈하다. 가슴골에 찬 땀방울이 옷에 배어들어 그라데이션을 이룬다. 집과 역이 그리 가깝지 않다는 것, 내가 느끼는 가장 큰 불만 중에 하나이다.

생각해보면 웃긴 일이다. 일찍 일어나느라 잠을 더 못 잔 그 15분, 20분이 참 원망스러웠는데, 지금에는 오히려 지각이라는 대참사를 막을 수 있는 버퍼가 되었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적 경과와 인격적 성숙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 20분의 의미가 단잠을 방해받은 손해가 아니라 실수를 만회할 완충장치라는 것을 알기까지는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지만 말이다. 인생에 있어서의 다른 류의 더 큰 사건이 닥칠지라도 그 당면한 느낌과 기분만으로 그 사건의 의미를 재단하지는 말아야겠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현재를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이 과거의 일들을 재해석하면서, 그 의미를 곱씹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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