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유산소 운동 차원에서 출퇴근을 자전거로 하고 있다. Door to Door로 약 1시간 10분, 거리로는 17.5km 정도가 나온다. 집에서 광화문까지 지하철을 이용하면 Door to Door로 약 50분 정도가 걸리니, 20분 정도를 더 투자해서 (1) 유산소 운동을 하고, (2) 지하철 비용을 절약하고, (3) 출퇴근 지옥철을 피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둥지 뜯어 불 때는 격이다.
단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면, 출발 전에 꼼꼼하게 그 날의 짐을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세 시간에 한 번씩 식사를 하기 때문에 그 날 먹을 바나나와 닭가슴살을 미리 잘 준비하여야 하고, 출퇴근 길을 영상으로 촬영하기 위한 고프로도 세팅하여야 한다. 뿐만이겠는가. 그 날 트레이닝할 운동 부위에 필요한 장비도 챙겨야 하고, 사무실에서 입을 비즈니스 캐주얼(이라고 쓰고 그냥 아무 바지에 티셔츠라고 읽는다)까지 챙겨야 한다. 전날 자기 전에 챙기면 best겠지만, 침대에 눕기 전에 내일을 준비할 만큼 부지런하지는 못하여, 아침에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간신히 챙기는 편이다.
오늘은 드디어 사달이 났다. 라이딩 시작하고 10분 정도 됐을 때 불현듯 무엇인가를 챙기지 않은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게다가 오늘따라 교통 흐름도 너무 좋았다. 마포대교를 건너야 하기 때문에 마포대교와 충정로 고개에 이르기까지 평소였다면 3~4 차례는 신호에 걸렸어야 했는데, 오늘은 1번만 신호대기를 하고 쭉 광화문까지 내지를 수 있었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 떠오른다. 설렁탕을 사왔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회사 자전거 거치대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백팩을 열어보니, 어쩐지... 오늘따라 가방이 가볍더라니... 환복할 옷가지를 통으로 집에 두고 온 것이었다. 분명히 숄더백에 담기까진 했는데, 그 숄더백을 갈무리해서 백팩에 넣는 것을 잊은 모양이다.
당황스러웠지만, 몇 가지 대책을 강구했다. 우선 첫 번째는 집에 엄마가 있는지 여부를 빠르게 확인 후 퀵 서비스를 이용해서 이른 오전 중으로 옷가지를 전달받는 방안이었다. 그러나 엄마는 아침부터 계속 통화 중이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이모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두 번째는 오전 근무 시간 동안 스텔스 모드로 버티다가 점심 시간에 빠르게 근처 옷가게에 들려서 옷을 사는 방안이었다. 이 안은 오전 근무 동안 운동복 반바지와 반팔로 버텨야 한다는 risk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1안이 좌절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옵션이었다. 마침 오늘 점심은 헬스장이 아닌 태닝샵으로 향하는 날이어서 최소한의 코디를 할 수 있는 시간 여유도 있었다.
다행히 근처 디타워에 유니클로 매장이 있었다. 린넨 바지와 에어리즘 오버핏 반팔을 부랴부랴 구매하고, 속옷까지 구매했다. 다 합해서 66,800원이 들었다. 평소 옷을 잘 사지 않기 때문에 단일 의상비로는 꽤 지출이 된 셈이다. 뭐 이 참에 여름 옷 한 세트 장만했다고 속 편하게 생각하자.
하루하루를 산다는 것은 정말이지 소소하고 다양한 에피소드들의 연속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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