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악플을 경험하다

무소의뿔 2022. 7. 2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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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아카이빙 용으로 운용하는 유튜브 채널에 웨이트 트레이닝 영상을 올렸다. 개인 PT샵에서 PT를 받는 날에는 담당 트레이너 분과 친해서 영상 촬영을 부탁하는데, 개인 소장 목적과 자세 피드백을 겸하는 목적이다. 한 세트 분량 정도만 영상으로 찍고 간단하게만 편집해서 올리는 거라 품이 많이 들지는 않는다.

1분 미만짜리 세로 영상은 유튜브 플랫폼에서 쇼츠 영상으로 분류되는데, 가끔 알고리즘을 타면 운 좋게 1천 회 이상 조회수가 터질 때가 있다. 그래봤자 구독자 수가 4명이라(모두 친구들이다) 수익 창출은 안 된다. 애초에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채널이 아니니 큰 상관 없지만, 그래도 내 영상을 익명의 누군가와 공유한다는 것은 은근히 설레이는 일이다.

당연히 누군가가 내 영상에 댓글을 다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예전에 피아노 연주 영상에 한두 개 정도 댓글이 달린 적은 있었지만, 운동 영상에는 댓글이 달리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난 주 금요일에 자고 일어나서 보니 악플이 달려 있는 것 아니겠는가. 처음에는 무시하려고 했으나 은근히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민호우라는 계정명을 쓰는 놈은 아마 비하인드 넥 프레스 영상을 보고 내 계정으로 넘어와 스쿼트 영상에다가 댓글을 단 모양이다. 나는 개인적인 이유로 풀스쿼트를 하지 않는데, 풀스쿼트 수행에는 기립근과 척추가 많이 개입되기 때문에 등 근력의 소진 없이 둔근만 집중적으로 트레이닝하기 위해 가동범위를 제한하여 스쿼트 동작을 수행하고 있다. 담당 트레이너와의 오랜 트레이닝 끝에 맞춤형으로 설계한 나만의 스쿼트 방식인 것이다.

그런데 굳이 여기에 모욕적인 댓글을 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도 웹 서핑을 많이 하고 유튜브도 자주 보지만, 여지껏 어떤 댓글을 남긴 적이 없다. 일단은 귀찮고, 정제되지 않은 생각과 감정을 배설할 만큼 어떤 영상이나 게시글이 나를 자극하지도 않는다. 웹상의 글은 그냥 글일 뿐이고, 영상은 그냥 영상일 뿐이다. 그런데 저렇게까지 insulting한 댓글을 남기니 마음에 적잖이 상처가 되었다.

특히 이 댓글은 주변 법조인 친구들과 상의해서 모욕 기소 가능 여부를 initial하게 검토할 만큼 나를 화나게 했다. 개인 PT샵에서 1:1로 트레이닝하기 때문에, 내가 5kg 원판을 4개를 꽂든, 10kg 원판을 2개 꽂든, 20kg 원판을 1개 꽂든 아무 상관이 없다. 어차피 그 샵에는 나와 트레이너 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전후 사정을 알지도 못하고 욕부터 박는 민호우는 대체 뭐하는 놈일까?

헬창일까? 백수일까? 화가 많은 사람일까? 내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똑같이 말할 용기는 있을까?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저렇게 모욕적인 댓글을 달더라도 현실적으로 내가 취할 조치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이번에 리서치를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 본사는 미국 법인이고, 미국법에는 모욕이나 명예훼손이 범죄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수사절차를 개시하더라도 구글 본사가 수사 협조에 미온적이어서 실제 범인을 검거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만약 유튜브가 아니라 네이버였으면 바로 고소장 하나 만들어서 경찰서에 보낼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어쩔 수 없이 민호우가 작성한 댓글은 모두 삭제하였다. 다시는 내 채널에 얼씬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존재 자체가 외부 불경제인 녀석이다. 다시 출몰한다면, 그때는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민호우가 처벌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연예인들이 왜 악플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자살까지 하는지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손가락을 놀리는 것은 별로 품이 들지 않지만, 그에 비해 당사자가 받는 정신적 피해는 상당하다. 타인의 인격을 모독하기에 정말 최적으로 효율적인 수단인 셈이다. 나는 원래도 댓글을 달지 않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나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말들이 타인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을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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