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브로커 관람 후기

무소의뿔 2022. 6. 12. 16:40

범죄도시2 이후 3주만에 다시 극장을 찾았다. 한동안 볼 영화가 없었는데, 거물급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에 여유가 생기기만을 기다리다가 주말을 이용해 극장을 찾았다. 여담으로, 참 요새 영화 티켓 값이 비싸구나... 앞으론 조조로 보든가 해야겠다.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만으로도 기대감이 가득 차는 라인업인데, 아이유가 출연한다니 새삼 놀라웠다. 아이유가 가수 출신 중에서는 연기력이 출중한 편이지만, 연기의 폭이나 깊이에 있어서는 정통 배우 커리어를 밟아온 이들보다는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간택을 받아 주연으로 출연하다니 말이다. 아이유의 연기 자체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소감은 여전히 뭐랄까 깊이감이 좀 부족한 느낌이었다.

송강호의 연기는 흠 잡을 데가 없었다. 이 영화의 몰입감을 높여주는 가장 큰 요소가 아닐까 싶다. 극이 전반적으로 자극적인 소재나 강렬한 전개 없이 덤덤하게 흘러감에도 불구하고, 인물 간의 갈등 구도와 감정선만으로 이 정도의 진폭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송강호의 연기의 공이 컸다고 본다. 극의 분위기에 아주 걸맞는, 과하지 않고 모자라지 않는, 진짜로 일상의 인물을 그려냈다. 송강호의 이전 작품과는 또 다른 연기를 보여준다.

물론 강동원의 연기도 훌륭했고, 배두나와 이주영의 연기도 훌륭했다. 이주영은 브로커를 통해 처음 알게 된 배우인데, 매력적인 마스크와 준수한 연기력을 선보여서 행보가 참 기대된다. 이미 독립영화 쪽에서는 잔뼈가 굵은 인물이더라. 극이 진행되는 동안 배두나와 이주영의 역할이 극 중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계속 궁금했었는데, 극의 거의 맨 후반부에서야 그 답을 알 수 있다. 이를 말하면 스포일러가 되니까 말하진 말아야겠다.

영화는 가족의 의미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선과 악, 옳고 그름에 대해서 여러 고민할 거리를 던져준다. 미혼모와 성매매 여성, 살인, 영아 유기, 낙태 그리고 아동 인신매매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극의 분위기를 무겁게 끌고가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영화가 실정법 위반을 옹호하는 일화적인 감동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사회의 주변부에 놓인 한계의 인물들을 그리되, 처절하게 그려내지는 않는다. 그 모든 것들을 잘 엮어서 관객에게 물음만을 던져준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한국식 신파가 없어서 소금을 덜 친 순대국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런 담백함이 참 마음에 들었다. 스토리를 자꾸 곱씹게 되는 영화다.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보고 와서 기분이 좋다. 극 중 해진이의 덤덤한 위로가 아직도 귓가에 울린다. "태어나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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