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민식 형님이 주연한 영화라고 해서 예고편 보지도 않고 바로 극장으로 향했다. 오며가며 봤던 티저 영상을 보고 대충 그려봤던 영화의 플롯이 있었는데, 상당히 비슷하게 진행되었다. 다만, 영화 스토리 자체는 특별히 대단할 것 없는 전개여서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도 최민식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티켓 값은 했다고 생각했다.
영화는 명문고의 수위가 알고 보니 북에서 온 수학 천재였고, 명문고에서 퇴출 위기에 놓인 남학생이 우연한 계기로 그 수위와 엮이면서 펼쳐지는 성장 스토리를 골격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성장하는 주체는 남학생이면서 또한 수위 아저씨이다. 수위는 탈북 이후 자식을 잃은 아픔으로 세상으로부터 은둔한 채 살아가지만, 남학생과의 일들을 통해 과거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 다시 세상으로 나온다. 하나의 사건을 통해 두 인물이 각자 성장하는 스토리이다.
서사의 힘은 다소 약했다. 어디선가 이미 접해봤을 법한 플롯들을 엮어내서 신선함은 다소 떨어졌다. 성장물이 가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한계, 교훈성의 주입도 벗어나지는 못 했다. 그래도 영화 절정부에서 이루어진 최민식의 강당 연설 장면은 '연기란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는 점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최민식의 연기는 더할 나위가 없었다. 다른 작품들과 달리 힘을 뺀 연기가 오히려 덤덤하게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사랑이 죄는 아니잖아'의 박해준이 감칠맛 나는 조연으로 출연했다. 박해준은 악역도 잘 소화하지만, 눈매가 참 선한 것이 푸근한 역할이 오히려 더 잘 어울린다. 보는 이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능력이 있다. 박해준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편하다. 다만, 극 내에서 존재감이 다소 애매하게 느껴졌다. 사건의 전개를 위해 필요한 인물이긴 했지만, 유기적으로 서사에 녹아든다기보다는 조각을 맞추기 위해 물리적으로 결합한 느낌이라 조금은 아쉬웠다.
남주를 맡은 김종휘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깊이는 다소 부족했지만, 감정 표현에 있어서는 절제의 미를 갖췄다. 과하지 않지만 서서히 관객의 마음 속으로 침잠해 들어가는 연기였다. 대배우 최민식과의 호흡도 썩 괜찮았다고 본다. 이 영화를 통해 그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친구이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배경이 된 자사고가 인상적이었다. 나도 특목고를 나와서인지 옛날 생각도 나는 것 같았다. 물론 나는 남주처럼 사회적 배려자는 아니었지만, 특목고 특유의 숨 막히는 경쟁 분위기가 떠올랐다. 본래가 공부를 열심히 하는 성격이 못 되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나라서 고등학교 재학 당시 내신을 열심히 깔아줬던 기억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그래도 지금 잘 컸으니 됐다.
하나 또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포인트는 원주율을 노래로 만든 '파이 송'이었다. 음악적 touch가 다소 가해졌을 것으로 추측하지만, 원주율로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낸다는 발상은 참신했다. 멜로디 자체도 훌륭했지만 파이 송 연주 장면을 기점으로 등장인물들이 하나의 서사로 옭아매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서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장치였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까 갑자기 수학에 관해 궁금증이 생겼다. 대학 입시를 위해 수학을 공부하던 때 이후로는 진짜 가감승제 말고는 숫자를 다룰 일이 없었는데, 영화 내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리만 가설'을 보면서, 여러 수학적인 공식들의 증명 과정을 다루는 책이 있으면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퇴근 후에 광화문 교보문고에도 다녀왔는데, 딱히 아직 만족스러운 책은 찾지 못하였다. 3월에는 수학 관련된 책일 한 권 꼭 읽어봐야겠다.
마지막 한 줄 평: 뜬금없이 위로를 받고 싶을 때 한 번쯤 보기 좋은 영화. 증명하라 니가 옳은지 그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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