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라서 이화령에서 거제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2시간 여를 달려 거제의 한 사우나에서 쪽잠을 자고, 본격적인 섬 여행을 시작해 본다.
거제 저구항에서 매물도로 가는 배편을 타고 매물도와 소매물도를 둘러볼 계획이었다. 저구항으로 진입하는 길목의 풍경이 참 아기자기하니 어여쁘다.
8시 반에 매물도로 가는 첫 배가 뜨는데, 매표소는 8시부터 연다. 혹시 몰라 7시 반까지 도착하도록 준비를 했어서, 포구를 둘러보며 스트레칭을 하는 등 등산 준비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하늘에 드리워진 구름이 복선이었던 것일까? 바람이 많이 분다는 이유로 오늘 매물도 행 배편은 출항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를 포함해서 매물도를 가려고 저구항을 찾은 몇 팀이 모두 닭 쫓던 개처럼 망연자실해졌다. 급하게 일정을 수정해서 아쉬운대로 거제도의 주산인 가라산으로 행선지를 틀었다.
원래 계획은 매물도, 소매물도를 돌고 가라산, 가조도, 산달도를 모두 돌아 1일 5섬을 완등하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우선 급한대로 가라산, 가조도, 산달도를 먼저 돌고 통영으로 넘어가 한산도로 입항하기로 결정했다. 가라산은 최단코스인 4코스, 탑포마을에서 진입하는 코스를 택했다.
1.3km라는 매력적인 거리를 포기할 순 없다. 이른 아침이라 한산한 채로 가라산 등정을 시작해본다. 실제로 등산해보니 거리에 비해 경사가 그리 가파르지도 않았다.
잘 정비된 임도길을 걸으며, 아침부터 분주한 산새들의 지저귐을 배경음악 삼아, 즐겁게 걸음을 내딛는다.
지자체별로 트레킹 코스 하나쯤은 다 있는데, 거제는 '남파랑길'이라는 이름을 쓰는구나.
가라산 정상에는 조선시대 때부터 쓰이던 봉화대 터가 있다. 임진왜란 때 부산으로 들어오는 일본 수군을 이 봉수대에서 봉화꾼들이 내려다 봤을 때의 그 황망함은 어떠한 것이었을까 상상해본다.
정상이 넓고 탁 트여 있는 게 봉수대로 쓰기에는 안성마춤이다.
섬에 있는 산이라고 얕잡아 볼 게 아니다. 높이로만 치면 관악산보다도 높다.
정상석을 사진에 담아둔다.
단체 등산객 한 팀이 지나간 걸 제외하면, 이른 아침이라 등산객이 없었다. 하릴없이 돌 틈에 스마트폰을 끼워두고 간신히 기념사진을 찍는다. 미니 삼각대라도 한 대 사야겠다. 이렇게 24번째 섬&산 등정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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