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Overseas

2024 동유럽 여행 [Day.7]

무소의뿔 2024. 7. 18. 17:52

여행 7일차. 오늘은 큰 맘 먹고 이발을 하러 다녀왔다. 살면서 또 언제 프라하에서 이발할 일이 있을까. 어차피 잘라야 할 머리라면, 기념으로 프라하에서 잘라보자는 생각이었다. 구글 지도에서 별점이 높은 바버샵을 찾아 갔다. 하지만... 머리는 망해버렸다. 직모라서 파마를 해줘야 어느 정도 모양이 나오는데, 커트로만 모양을 내려니까 잘 안 되는 모양이다. 포마드 머리는 무서워서 시도조차 못했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망했다.

커트가 망한 건 망한거고, 여행은 계속 이어진다. 오후에는 프라하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 명소인 프라하 성을 둘러보러 간다. 성은 언덕에 위치해 있는데, 성으로 향하는 길이 잘 발달한 상점가이다. 전세계에서 모인 관광객들로 붐비는 거리다.

프라하 성에는 궁전만 있는게 아니라 성당도 있고, 옛 마을도 있고, 뭐가 많이 있다. 사람도 정말 많다. 가방의 지퍼를 꽉 잠그지 않고 다니다가 지갑을 잃어버렸다. 다행히 60 유로 정도밖에 없었다. 신용카드는 바로 정지했다. 살면서 처음 당하는 일이지만, 한 30분 정도 마음을 추스리고 나니 그래도 괜찮았다.

프라하 성 입장권으로 둘러볼 수 있는 명소 중에는 성 비투스 성당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프라하 성이 있는 언덕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데, 적당히 때가 탄 외관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하늘로 치솟는 고딕 양식의 첨탑은 신을 향한 중세인들의 열망을 잘 드러낸다.

프라하 성 언덕에서 내려다 본 프라하 시내의 모습. 비엔나보다는 부다페스트와 비슷한 풍경이다. 수수한 주황색 지붕의 낮은 건물들이 블타바 강 사이로 드넓게 펼쳐져 있다.

현지에서 꽤 유명한 꼴레뇨 가게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꼴레뇨는 체코식 족발인데, 푹 삶는 우리나라 족발과 달리 겉바속촉의 느낌으로 나오는 요리다. 참고로 체코가 전 세계에서 1인당 맥주 소비량이 가장 많은 나라인데, 꼴레뇨가 맥주 안주로는 최고다.

왼쪽은 폭립이고 오른쪽이 꼴레뇨다. 겉은 크리스피한데 속살은 부드러운 것이 식감이 아주 훌륭하다. 우리나라의 족발 같은 흐물흐물한 느낌과는 완전히 다르다.

식사를 마치고는 프라하 시내를 둘러보았다. '레논 벽'이라는 장소인데, 존 레논이 총격으로 사망하자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프라하 시민들이 이 벽에 그를 추모하는 그래피티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래피티를 계속 지웠는데, 추모의 물결이 계속 되자 아예 그냥 이 벽을 내어주었다고 한다. 이제는 프라하의 유명한 명소가 되었다.

프라하의 구 시가지 광장 근처에는 예쁜 건물들이 즐비하다. 이 광장이 프라하 시내 여행의 중심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라하의 명물 천문 시계탑이다. 단순히 시각만을 알려주는게 아니라 해와 달의 위치까지 보여주는 시계라고 한다. 현존하는 천문시계 중에는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한다. 매 정각이 되면 위의 창문이 열리면서 체코의 역사적 위인들이 나타난다. 시각에 따라 나타나는 위인의 수가 다른데, 12시가 되면 12명이 나온다. 그래서 정각이 되면 천문시계 앞에 인파가 엄청 몰린다.

저녁에는 프라하의 유명 재즈 클럽 레두타에서 재즈 공연을 관람했다. 프라하에는 역사가 깊은 재즈 클럽이 많이 있는데, 재즈 리퍼블릭과 레두타가 특히 유명하다. 오늘은 4인조 재즈 밴드의 공연을 관람했는데, 여성 보컬과 피아노, 드럼 그리고 베이스로 구성된 밴드였다. 3시간이 정신 없이 지나갈 정도로 훌륭한 합주였다. 비엔나 음악회보다 훨씬 즐거웠던 경험이다.

재즈 공연을 보고 나서는 카를 교를 건너서 프라하의 야경을 즐기며 숙소로 돌아왔다. 부다페스트, 비엔나보다 프라하의 야경이 내 눈에는 더 아름다웠다. 카를 교 너머로 불을 밝힌 프라하 성의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예전에 전도연, 김주혁 주연의 '프라하의 연인'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는데, 정말 남녀가 사랑에 빠지기 쉬운 그런 환경이다. 몽환적인 느낌마저 자아낸다. 프라하의 야경을 바라보며 7일차의 여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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