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 계획은 방축도와 관리도의 명소를 방문하는 것이었다. 고군산군도의 배편은 (1) 군산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하는 편과 (2) 장자도에서 출발하는 편 두 가지가 있다. 군산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배편은 물론 장자도를 경유하는데, 주말에는 이동 수요를 고려해서 장자도에서만 출발하는 편이 1편 증편된다. 즉, 주중 기준으로는 10:40, 14:40 두 번 장자도에서 출발하는 배편이 있고, 주말 기준으로는 10:40, 12:40, 14:40 이렇게 3편이 있다. 고군산군도를 한 바퀴 도는 루트인데, 장자도, 관리도, 방축도, 말도/명도, 방축도, 관리도, 장자도 순서로 한 바퀴를 돈다.
일찍 잔 만큼 일찍 일어났다. 10:40 배편까지는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서 선유도3구의 몽돌해변을 먼저 찾았다.
서해는 갯벌 때문에 물이 탁하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고군산군도의 물은 맑고 깨끗했다. 몽글몽글한 몽돌의 촉감도 훌륭했다.
몽돌해변을 짧게 즐긴 후 선유도해변으로 향했다. 오늘은 날도 좋아서 파도도 거의 없는 마치 호수 같은 잔잔한 해변이다.
선유도 본섬과 3구 사이를 잇는 집라인이 있는데, 요즘은 운행을 따로 하지는 않는 듯하다. 스카이 데크가 있어 선유도를 둘러보기 좋다.
장자도가 호떡으로 유명한가보다. 호떡 가게가 꽤 많은데, 그 중 원조집으로 향했다.
보통 호떡보다 반죽을 더 두껍게 내는데, 맛은 나쁘지 않았다. 나는 치즈호떡을 주문했는데, 치즈와 호떡의 조합이 아주 훌륭했다.
호떡에 아메리카노까지 넉넉하게 즐기고 매표소로 향했다. 그런데, 고군산군도로 가는 10:40 배편은 이미 만석이었다. 어제 결항해서 사람이 다 몰린 탓이었다. 이것도 모르고 선유도 몽돌해변이니, 장자도 호떡이니 망중한을 즐겼다니... 안일함이 불러온 패착이었다. 그러나 발을 동동 구르는 사이 이미 매표소는 10:40 배표 발권을 마감하였다. 하릴 없이 12:40 배편을 예약할 수밖에 없었다. 관리도는 과감히 포기하고, 방축도 타임어택을 하기로 결정했다. 시간도 많아졌겠다, 장자도 스카이워크를 걸으며 군도를 둘러본다.
비 온 뒤의 하늘은 맑다. 비 온 뒤의 바다는 고요하다. 바다는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 영감의 원천이다.
여유가 생기니 밥 생각이 절로 난다. 군산의 명물 박대구이를 먹어본다. 장자도에는 제대로 된 밥집이 없어서 다시 선유도로 이동하였다.
박대구이 정식 1인 15,000원 상을 냈다. 인당 박대를 두 마리씩 준다. 짭조름한 박대구이 맛이 훌륭하다. 가시 해체가 어렵지도 않아서 생선구이를 잘 안 먹는 나로서도 맛있게 즐겼다.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고 다시 장자도여객터미널로 돌아왔다. 잊지 말자, 놀기 전에 예약 먼저. 요새는 어플로 배편을 미리 예약하는 인원이 많아서 현장 발권 수량이 넉넉치 않다고 한다.
40분 배를 타러 35분에 배로 갔는데, 승선하려면 또 신분증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장자도 주차장까지 뛰어서 신분증을 챙기고 다시 돌아오느라 4분이 걸렸다. 하마터면 12:40 배마저 놓칠 뻔했다.
바다를 가르며 진군하는 우리의 고군산훼리호. 장자도에서 관리도까지는 10분, 관리도에서 방축도까지는 다시 15분, 총 25분이 소요된다. 방축도에서 다시 장자도로 돌아가는 배는 정확히 방축도 하선 이후 1시간 20분 후에 온다. 즉, 80분 안에 독립문바위를 다녀와야 하는 일정이다.
방축도의 마스코트 덕순이. 온순한 덕순이가 하선하는 객들을 반갑게 맞이해 준다. 이 녀석의 이름이 덕순이인지는 어떻게 알았냐면,
이런 귀여운 벽화 덕분이었다!! 촉박한 여정 속에 덕순이 덕분에 짧게나마 기분이 좋아졌다.
단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길을 잘못 드는 순간 독립문바위는 물거품이 된다. 이정표를 꼼꼼히 숙지하고 출발한다.
이런 작은 섬에도 교회가 있다니 참, 종교의 힘이란 놀랍다. 어찌 보면, 이런 섬마을에서는 다른 공권력보다 더 많은 공적인 기능을 종교가 담당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트럭일까, 바람일까, 저 안내판을 휘게 만든 것은.
어제와 달리 날이 아주 맑아서 등산하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독립문바위까지 가는 길은 대부분 포장도로이고, 일부 등산로 구간도 잘 정비되어 있어 걷기에 불편함이 없다. 그리고 거리에 비해 오르막 구간이 많지도 않아서 트레킹에 가깝다.
30분을 걸어 도착한 독립문바위는 정말 절경이었다. 고군산군도 여행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정말 신기하게 가운데만 구멍이 뚫려 있다. 밀물 때는 하부까지 다 잠기는지 바위 아래가 젖어있다.
BAC 인증을 위해 기념 셀카를 남겨본다. 바닷바람에 다소곳하게 가르마가 난 머리가 인상적이다.
욕심을 내서 출렁다리까지 도전해 본다. 독립문바위에서 300m밖에 안 떨어져 있어서 멀지는 않다. 이 다리는 방축도와 광대도를 잇는 다리이다. 아예 1박을 할 생각으로 방축도, 명도, 말도를 모두 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동백 숲이 제법 울창해서 삼림욕을 하기에도 안성마춤이다.
선착장에 여유 있게 도착해서 고군산훼리호를 기다리며 군도 사진을 하나 더 남겨본다. 짧고 굵고 강렬했던 1박 2일 간의 고군산군도 여행이었다. 하루에 선유봉, 월영봉, 관음봉을 모두 올랐다는 게 만족의 포인트라면, 관리도 깃대봉을 오르지 못한 것은 아쉬운 포인트이다. 다음에 날을 잡아 관리도만 오르는 여정을 한번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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