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Overseas

2023 세부 여행 [Day.2]

무소의뿔 2023. 11. 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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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핑투어로 피곤했는지 곤히 잠들고 편히 일어난 아침이었다. 햇살이 눈부셔 조금 일찍 잠에서 깼는데, 구름이 다소 많이 껴있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는 오션뷰였다. 여기 쉐라톤에는 오션뷰를 즐길 수 있는 객실이 일부 있는데, 체크인 과정에서 오션뷰 방을 받으려고 대기 시간이 좀 길어지기는 했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는 뷰였다. 에메랄드로 빛나는 세부의 아침 바다는 정말 아름다웠다.

잠에서 깬 김에 아무도 없는 수영장으로 나왔다. 미온수라고는 해도 처음 닿으면 꽤나 춥게 느껴진다. 사람이 없어서 수영장을 넓게 쓸 수 있어서 특히 마음에 들었다. 작년 보라카이에서 다녀온 헤난 리젠시의 수영장도 좋았지만, 여기 세부 쉐라톤의 수영장은 조경이 잘 되어 있어 보라카이보다 훨씬 더 마음에 든다.

남미 여행의 동반자가 되어 준 나의 선글라스. 

아침 수영을 마치고 조식을 먹는다. 조식 퀄리티가 꽤 만족스러웠다. 통 코코넛도 마실 수 있었는데, 일일 수량이 한정되어 있어서 어영부영하다 못 먹었다. 베이컨이나 고기류 퀄리티가 특히 괜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침을 든든히 먹었으니 소화를 시킬 겸 바다로 나온다. 호텔과 연결된 프라이빗 비치가 있어서 바다 수영도 함께 즐길 수 있다. 선베드 근처에는 리셉션 데스크가 있어서 간단한 다과류나 주류 주문도 가능하다. 다만, 모래가 곱지 않고 바닥에 자갈이나 뾰족한 돌멩이가 많아 맨발로 걷기에는 불편함이 많았다. 아예 장비를 렌탈해서 카약을 타는 것이 나을 뻔 했다. 이때 비가 오다 안 오다 해서 금방 객실로 돌아갔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비를 마치고 호텔 밖으로 나와, 한국인에게 상당히 유명한 골드문 스파로 향했다. 골드문은 사실, 신세계 세계관에서 정청과 이중구가 치열하게 싸운 배경이 되는 조폭 기업. 그 이름 때문에 더 마음에 들었다. 세부를 먼저 다녀온 친구에게 추천을 받은 스파였는데, 가격은 필리핀치고는 쎈 편이지만, 전반적인 샵의 분위기나 마사지사들의 실력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픽드랍 서비스도 함께 하고 있어서 시내 이동이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90분 짜리 마사지를 받고 나니 저녁을 먹을 때가 되었다. 아침을 많이 먹어서 점심을 따로 챙겨 먹지 않았었어, 아직 해가 지기 전인데 슬슬 배가 고파온다. 세부 섬에서 역시 한인들에게 꽤 잘 나가는 크랩 전문점으로 향했다.

크랩은 무게를 재서 파는데, 가격은 상당한 편이다. 역시 6년 전 베트남 때부터 느꼈지만, 동남아라고 해서 해산물이 결코 싸지 않다. 배불리 먹으려고 꽤 큰 놈으로 골랐다.

맛있는 저녁에 반주가 빠질 수 없다. 산 미구엘은 필슨 버전과 라거 버전 두 가지가 있는데, 필슨이 훨씬 입에 맞는다.

녀석의 숨은 끊어졌다. 눈의 형상이 다소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통통한 집게다리가 살이 많아서 먹을 부분이 좀 있었고, 나머지 다리는 게 답게 발라먹기가 다소 힘들었다. 이래서 갑각류 요리를 즐겨 먹지는 않지만, 집게와 가위로 껍질을 부수어가며 게살을 발라내서 먹었다. 스팀에 게를 쪄내는데, 그때 같이 버무릴 소스를 고를 수 있다. 소스에 따라 가격은 조금씩 차이가 난다. 가장 인기가 좋은 칠리페퍼 소스를 택했고,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게만 먹을 수는 없다. 새우도 함께 주문을 했다. 밥도 따로 주문할 수 있는데, 탄단지의 조화가 훌륭한 구성이었다고 자부한다.

다소 아쉬웠던 것은 식당의 드랍 서비스였다. 식후 30분까지만 드랍 서비스를 해주는데, 가격도 별로였지만, 30분이라는 시간이 특히 아쉬웠다. 나온 김에 기념품이나 간단한 식음료를 사서 호텔로 돌아가고 싶었는데, 마트가 10분 거리 정도에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고민을 하다 드랍 서비스를 포기하고 우선 마트로 향했다. 호텔에서 먹을 주전부리를 샀다. 돌아오는 길은 택시가 안 잡혀서, 뜻하지 않게 지나가는 툭툭을 불러 잡아 타고 왔다. 세부가 밤이 되면 치안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꽤 들어서 걱정을 했었는데, 툭툭을 타고 빈민가를 지나오는 동안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지만, 다행히 별일 없이 무사히 호텔로 복귀할 수 있었다.

호텔에서의 마지막 밤 수영을 즐겨본다. 밤의 촉촉한 공기를 가르며 수영을 해 본다. 이렇게 하루종일 먹고 마시고 놀 수 있다니, 나는 뽀로로인가보다.

호핑투어 때 지창욱이랑 즐겁게 마셨던 필리핀 럼주 탄두아이. 저녁을 먹고 근처 마트에서 작은 병을 하나 구매했다. 룸 서비스를 시켜서 안주를 하고, 탄두아이와 콜라를 섞어 일종의 럼콕을 만들어 홀짝대다보니, 밤이 깊어간다. 세부에서의 마지막 밤이 이렇게 저물어 간다.

떠나는 날이 되니 야속하게시리 날이 조금 더 갠다. 세부에서의 3박4일은 짧고 강렬했다. 너무 짧게 다녀오는 것 같았지만, 사실 하루 더 있는다고 해서 딱히 할 것도 없다. 휴양 그 자체의 목적에 충실했던 여행이었다.

아쉬운 마음에 수영장 사진도 남겨본다. 이 정도면 샹그릴라보다 훨씬 더 좋은 컨디션이다. 아무래도 신축이라 그런지 룸 컨디션이 매우 훌륭했고, 샹그릴라는 아기 동반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특화되어 있다면, 쉐라톤은 더 모던하고 니트한 느낌이다.

마지막 조식을 먹는다. 블루치즈가 잘 익어서 특히 맛이 훌륭했다.

체크아웃하기 전 호텔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남겨본다. 우람한 삼두와 잘 발달된 대흉근이 특히 인상적이다.

이렇게 짧고 굵은 세부 여행이 끝났다. 동남아 여행은 이제 당분간 그만 다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라카이, 코타키나발루, 세부. 1년 사이 세 군데를 돌았더니, 이제는 좀 다른 느낌의 여행지에 대한 갈증이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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