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날 에너지를 많이 써서 둘째 날은 보다 여유로운 일정으로 움직였다. 느지막히 일어나 씻고 긴자로 향했다. 원래 계획은 '츠지한'이라는 해산물 돈부리 가게에서 점심을 먹는 것이었는데, 이미 1시간은 족히 넘어 보이는 웨이팅 줄이 있었다. 빠르게 포기하고, 근처의 이치란으로 향했다.
이치란은 매우 유명한 맛집 체인이라 일본 대도시면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다. 도쿄에만도 십 수개의 점포가 있다.
발을 열고 라멘을 내온다. 가벽을 사이에 두고 있음에도, 음식을 내올 때는 종업원은 허리를 90도로 숙여서 인사를 한다. 참 그런 예절과 격식은 일본이 잘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뽀얀 국물과 알맞게 익은 면발, 그리고 차슈와 반숙란까지. 이치란의 라멘은 언제 먹어도 참 훌륭하다. 국물이 깊고 진한 것이 해장으로도 제격이다. 매운 다시를 좀 풀어서 먹으면 더 맛있다고 해서 풀었는데, 조금 많이 풀었나보다. 한 그릇을 비우고 나니 땀이 흥건하다.
식사를 마치고, 긴자에서 멀지 않은 교코로 향했다. 지난 도쿄 여행에서 들리고 싶었지만 오후 4시인가 5시이면 이미 문을 닫아 버려서 들리지 못했던 아쉬움이 남는 곳이다. 일왕이 머물던 궁궐로 정원을 예쁘게 잘 꾸며 놓았다. 특히 요맘때는 벚꽃 시즌이라고 해서 인파도 많고 조경이 잘 된 정원이 인상적인데, 늦어진 벚꽃 개화로 인해 벚을 제대로 즐기지는 못하였다. 고쿄를 둘러싸고 있는 인공못 넘어로 긴자의 즐비한 고층 빌딩들이 장관이다.
저번에는 교코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오지 않고 못 주변만 둘러보다가 돌아가서 잘 몰랐는데, 조경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정원이니만큼 공을 많이 들였을 것이다. 굴곡이 유려한 낮은 소나무들이 적당한 간격으로 공원에 도열해 있는 모습은 꽤나 볼만 하였다.
그래도 교코 안 쪽으로 벚나무 한 그루가 꽤나 탐스럽게 꽃을 피워냈다. 날이 따듯해서 교코를 산책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었다.
교코 산책을 마치고 다시 긴자로 돌아왔다. 오후에는 백화점을 돌아보았다. 긴자에는 많은 백화점이 있지만, 마츠야 백화점과 미츠코시 백화점이 특히 한국인한테 유명하다. 미츠코시 백화점은 여권 소지자에게 5% 할인이 되는 게스트 쿠폰을 주고, 마츠야 백화점은 특정 카드로 결제 시 5% 추가 할인을 해준다. 미츠코시 백화점의 혜택이 더 범용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미츠코시 백화점에는 디올 등 일부 브랜드는 없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그래도 미츠코시 백화점에 꼼데가르송은 있다. 하지만 오후 늦게 들려서 딱 맞는 사이즈가 없었다. 오픈런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다음 날 다시 도전하기로 하고 아이쇼핑만 하고 총총 물러났다.
쇼핑을 마치고 잠시 휴식을 위해 백화점 근처의 젤라또 가게로 왔다. 저 두 스쿱짜리 젤라또가 12,000원어치다. 외식 물가는 진짜 비싸긴 하다.
해질 무렵이 되어서는 센소지로 향했다. 상점가 지붕의 벚나무 가지와 벚꽃은 조화이다. 이것저것 주전부리와 기념품들을 많이 팔지만 딱히살 만한 것은 없었다.
센소지로 들어가는 입구. 센소지는 재작년 여행 때는 따로 들리지 않았고, 8년 전 대학 동기/후배들과의 도쿄 여행 때 다녀왔다. 8년 전이라면 내가 27살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 아, 세월이여!!
센소지에는 관광객이 많았다. 10엔짜리 동전을 던지고 소원을 빌었다. 나는 소원을 추상적으로 뭉뚱그려서 메타적으로 크게 하나를 비는 습관이 있다. 소원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센소지 근처의 돈키호테 아사쿠사 점에도 들렸다. 멍청하게 110v 젠더를 챙겨오지 않은 것. 한국 다이소에서는 개당 1,000원에 살 수 있는데, 여기서는 가장 간단한 110v 젠더도 300엔이 넘는다. 멍청 비용!
동키호테 아이쇼핑까지 마치고 (딱히 살 만한 것이 없었다), 저녁을 먹으러 이동한다. 메밀면을 베이스로 한 우동과 김밥을 주력으로 하는 가게였는데, 이제 와서 가게를 다시 찾으려니까 이름도 간판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큰 길가에 있는 가게였는데... 정말 맛이 훌륭했는데... 특히 속을 메밀면으로 채운 김밥은 처음 먹어보는 것이었는데, 메밀의 부드러운 식감이 꽤나 만족스러웠다. 메밀면 우동도 맛있었는데, 새우가 무슨 타이거 새우마냥 크고 알차서 씹는 맛이 일품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스미다 강을 건너본다. 벚꽃이 만개할 때는 스미다 강 공원도 참 절경이라고 하는데, 아직 개화가 안 되었다! 그래도 다리에서 바라보는 강가의 야경이 멋스럽다.
아사히 맥주 빌딩으로 가는 길에 도쿄 스카이 트리도 보인다. 도쿄에 최근 고층 전망대가 우후죽순으로 생기는데, 아쉽게도 예약을 못했거나(시부야 스카이), 일정이 안 맞아서(도쿄 스카이 트리) 가보지 못한 것들이 꽤 있다. 언젠가 도쿄를 또 오는 날에 다시 들려야지!
아사히 맥주 빌딩은 아사쿠사 역에서 스미다 강을 건너면 바로 나오는 빌딩인데, 22층에 스카이 바가 있다. 전망이 나쁘지 않고, 아사히 생맥주를 마시며 도쿄 야경을 즐길 수 있다. 웨이팅이 조금 있기는 한데, 자리 회전이 나쁘지 않아서 20분 정도만 기다리고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CBD 지구 방면이 아닌 주택가 방면의 도쿄 야경. 아사쿠사 자체가 도쿄에서 좀 외져 있는 곳이기도 한데, 화려하진 않아도 차분한 느낌을 자아내는 야경이 고즈넉하니 좋다. 아사히 맥주와 함께 도쿄 여행의 둘째 날이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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