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차 아침. 드디어 조식이라는 것을 먹어본다. 엄청나게 히트라고 할 만한 메뉴는 없었지만, 모든 음식이 전반적으로 무난했다. 다만, 동남아 답게 전반적으로 음식이 짰다.

이제는 모닝 루틴이 되어버린 아침 수영. 올해 초에 3달 정도 수영을 배워두었던 게 동남아에서 빛을 발했다. 물안경을 챙겨왔다면 더 즐거운 아침 수영이 되었을텐데..!!!

오늘 낮에는 혼자 시내 투어를 돌았다. 친구는 컨디션 난조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코타키나발루 시내에 볼거리가 특별히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관광 포인트라고 불리우는 곳들 위주로 돌아다녔다. 하얏트에서 멀지 않은 부둣가에 위치한 청새치 동상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바로 근처에 I love Kota Kinabalu 상이 있다. 이것도 뭐 특별할 것은 없다. 다만, 날씨가 좋으니 이것저것 사진을 많이 남기고 싶었다.

공예품 시장을 한시간 정도 돌아본 뒤 스타벅스에서 친구를 만났다. 현지에서만 파는 음료를 마시고 싶었는데, 메뉴가 한 눈에 잘 안 들어와서 돌체 라떼를 주문했다. 스타벅스 가격은 우리나라보다는 조금 저렴한데, 현지 물가를 생각하면 결코 싼 편은 아니었다.

공예품 시장에서 거금 80 리깃을 주고 구매한 말레이시아 전통 부족 가면. 우리나라 돈으로는 약 24,000원이 되는데, 원시 부족의 생명력(?) 같은 것이 강렬하게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다. 예전에 학부에서 공부하던 가락이 있어서인지, 나는 이런 부족적인 느낌의 장신구들이 이상하게 끌린다.

저녁에 석양을 보러 가기 전까지 붕 뜬 시간 동안 마사지를 받는다. 이번 마사지는 여자 마사지사에게 받았는데도, 정말 너무 아팠다. 코코넛 때보다 더 아팠다. 아픈 부분만 집요하게 공략할 때는 진짜 화가 치밀 지경이었다. 이것은 마사지인가, 고문인가… 며칠 전에 받았던 코코넛 오일 마사지는 한국인에게 꽤 알려진 샵을 찾아간 것이었고, 이번 마사지 샵은 스타벅스 근처에 있는 샵을 즉흥적으로 들린 것이었는데, 퀄리티는 대동소이하다.

마사지를 마치고 이펑락샤라는 꽤 유명한 현지 맛집으로 요기를 하러 갔다. 고기와 해산물을 베이스로 한 현지 음식을 파는 가게인데, 맛이 아주 훌륭했다. 점심시간에서 다소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사람들이 꽉 찼고, 역시 잘 나가는 가게 답게 회전율이 빠르고 음식 내오는 속도도 훌륭했다. 가장 훌륭했던 것은 무엇보다도 맛이었다.

제셀톤 포인트로 내일 섬 투어를 예약하러 가는 길. 쇼핑몰에서 나의 최애 뉴진스를 발견했다. 그녀에게 닿기 위해 점프를 했다. 흑역사를 남긴다.

코타키나발루에서 즐길 수 있는 투어 상품들을 판매하는 제셀톤 포인트이다. 어제도 여기서 반딧불 투어 티켓을 예매했다. 오늘은 내일 출발할 섬 투어 티켓을 예매하기 위해 들렸다. 적당한 흥정으로 그리 나쁘지 않은 가격으로 섬 투어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다.

티켓 예매를 마치고, 이번 코타키나발루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될 석양을 즐기러 탄중아루 해변으로 이동했다. 원래는 탄중아루 해변에 자리잡은 샹그릴라 호텔의 선셋 바에서 석양을 감상할까 싶었으나, 선셋 바는 투숙객 우선 예약 제도로 운영되고 있어서, 괜히 기다렸다가 허탕만 칠 우려가 있어서 호텔 부지를 벗어나 진짜 탄중아루 해변으로 옮겼다. 저번 남미 여행 때 쓰려고 산 선글라스를 아주 잘 활용하고 있다.

탄중아루 해변에서 석양을 기다리며 맥주와 간단한 안주를 주문했다. 운이 좋아서 해변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바 테이블에 착석할 수 있었다.

의외로 맛이 매우 훌륭했던 생선 튀김. 물론 자리 값 때문에 가격은 다소 사악했다.

해가 점점 저물어가고 사람들이 해변으로 몰려든다.

시간에 속도를 더하는 마법. 그것은 맥주이다.

워낙 날씨가 변덕스러운 동네여서 다소 걱정을 하였는데, 상당히 만족스러운 석양을 기대해 봄직하다.

구름이 짙지 않아서 바다로 빨려 들어가는 동그랗고 말간 해를 볼 수 있었다. 정말 장관이었다.

보트를 타고 바다로 나아가 석양을 보는 패키지가 있는 모양이다. 우리는 수영복을 입지 않고 와서 그냥 가까운 해변에서 즐기는 석양으로 만족했다. 너무 아름답고 황홀한 광경이었다.

탄중아루를 두 배로 즐기기 위해서 거금 5만원을 들여 시가를 구매했다. 온갖 똥폼샷, 허세샷을 남기기 위한 마스큘린한 소품이다.

온 하늘이 붉게 물든다. 구름이 조금 있어야 볼 수 있는 장관이다. 구름이 아예 없이 맑은 날은 이렇게 불타는 하늘을 볼 수 없다. 온 세상이 붉게 물든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다. 옅게 흩어진 구름들 사이로 노을이 번져 물들어 간다. 세계 3대 석양이라고 하는 말이 허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직 나머지 2곳의 석양을 못 봐서, 평가는 어렵겠다.

노을 보랴, 허세샷 찍으랴, 꽤 분주한 저녁이다.

탄중아루 비치에서 절경을 즐기고 돌아와 클럽 라운지에서 늦은 저녁을 즐긴다. 남은 맥주와 양주를 다 털고, 음식을 다 털었다. 매우 만족스러웠던 코타키나발루에서의 4일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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