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수영으로 3일차의 아침을 열었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조식은 포기했다. 어차피 어젯밤에 늦게까지 맥주를 마시느라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았다. 오늘은 어제보다 날이 더 맑다. 구름이 조금 껴 있긴 하지만, 청명한 하늘이 구름의 틈 사이로 맑다.

어젯밤부터 손목이 갑자기 아파서 호텔을 나서면서 약국에서 파스를 하나 구매했다. 코타키나발루 오기 전날 무리하게 홈 트레이닝을 했던 것이 화근인듯 싶다. 헬스장을 옮기면서 며칠이 붕 떠서 집에서 푸쉬업 바를 놓고 푸쉬업을 엄청 했는데, 그 과정에서 손목 인대에 무리가 발생한 듯 했다. 그래도 파스를 붙이고 움직임을 제한하니 조금 차도가 있었다.

일요시장이 열린다길래 구경 차 들렸다. 공예품, 옷가지, 말린 식재료 등 다양한 상품들이 거래된다. 하지만 딱히 사고 싶은 물건은 없었다.

바쿠테라는 말레이시아 돼지국밥이다. 말레이시아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슬람 국가이지만, 또 화교가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도시 군데군데 한자로 된 간판이 여럿 펼쳐져 있는게, 이 지역에서 화교의 힘을 느끼게 해 준다. 화교의 힘은 식문화에서도 드러나는데, 이 바쿠테가 바로 화교들의 음식이다. 한약재에 돼지고기를 푹 고와서 국물요리처럼도 먹고, 더 쫄여서 먹기도 한다. 글을 쓰는 지금도 생각이 나는 훌륭한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제셀톤 포인트에 들러서 당일 반딧불 투어 티켓을 구매했다. 코타키나발루 관광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반딧불 투어는 강 하구를 작은 보트를 타고 돌며 반딧불을 직접 보는 투어 코스이다. 반딧불만 보는 게 아니라 꽤 다채로운 프로그램들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그 첫 코스는 원숭이 구경이다. 배틀그라운드에서나 볼 법한 한적한 강 어귀를 보트로 헤치고 나간다.

작은 원숭이들이 강가의 숲에 모여 산다. 이미 관광이 익숙한지 보트가 다가오면 겁을 내지도 않고 먹이를 받을 준비를 한다. 가이드가 미리 준비한 바나나 조각을 나눠주는데, 이걸 건네면 원숭이와 악수를 할 수 있다. 낯선 존재와의 조우는 언제나 살짝의 두려움을 일으키지만, 이내 즐거운 경험이 된다.

원숭이 투어를 마치면 마을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다시 보트에 오른다. 해가 저물 때쯤 보트를 다시 움직이는데, 강에서 몇 km만 더 가면 바닷가가 나온다. 석양이 벌써부터 기대감을 고조시킨다.

석양을 등지고 찍은 투샷.

그리고 하트샷…

물웅덩이에 비친 하늘의 모습. 오랜만에 멋진 석양을 보니, 마음이 웅장해진다. 석양 투어를 마치고 해가 다 저물면 반딧불 투어가 시작된다. 반딧불은 사진으로 담지 못했다. 눈으로 담기에도 버거울 정도로 갸날픈 빛인데, 카메라에 온전히 담길 리가 없다. 그 시간들을 간직하기보다는 온 마음으로 느끼는데 집중했던 시간이었다.

투어를 마치고 돌아와서 늦은 저녁을 먹는다. 오늘은 해산물에 도전해 본다. 왠만한 가게들은 다 문을 닫은 때라 그나마 유명세가 있는 집 중에 아직 장사를 하고 있는 쌍천 씨푸드로 향했다. 한글 간판이 이 가게의 인기를 짐작케 한다.

오징어튀김, 게 요리, 가리비 요리를 시켰다. 모두 훌륭했지만, 특히 만족스러웠던 메뉴는 오징어튀김이었다. 속재료는 정말 부드럽고 촉촉한데, 겉의 튀김은 더할 나위 없이 바삭했다. 겉바속촉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을 정도. 정말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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