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Overseas

2023 남미 여행 [Day.27]

무소의뿔 2023. 5. 8. 09:39

23. 5. 6. 토요일

밤새 비가 많이 왔다. 일찍 자려고 했는데 침대에 누워 이것저것 영상을 보다가 12시가 넘어서 잠에 들었다. 9시가 되니 어김없이 사장님이 잠을 깨워주신다. 오늘의 조식은 미역국 백반. 정말 오랜만에 미역국을 먹는데 꽤 맛이 훌륭했다. 여전히 하늘이 흐리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출발 준비도 마치고도 한 시간 정도를 더 부엌에 머물면서 숙소 사람들과 환담을 나눈다.

스카이다이빙이 취소되면서 일정에 여유가 생겨서 오늘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무엇을 할까 하다가, 미술관을 돌아보기로 했다. 첫날 산 텔모의 현대 미술관을 들렸지만, 부에노스 아이레스에는 2개의 또 다른 잘 갖춰진 미술관이 있다. 레콜레타의 ‘베아스 아르테스 국립 미술관‘과 팔레르모의 ‘라틴아메리카 미술관’이다. 동선이 숙소에서 에어로빠르께 공항을 향하고 있어서 아예 짐을 다 챙겨서 여정을 떠난다.

베아스 아르테스 국립 미술관은 관의 규모에 비해 전시가 다소 빈약하긴 했지만 이것저것 눈길이 가는 작품들이 많았다. 회화와 조각 그리고 고대 남아메리카 예술품까지 다채로운 전시를 하고 있다.

원주민의 비애를 형상화한 작품일까. 처연한 표정에 눈길이 간다.

발걸음을 머물게 한 정물화. 작가는 무얼 보여주려고 했던 걸까?

국립 미술관을 둘러보고 근처 레콜레타의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사장님이 추천해 준 레스토랑도 있었지만 다소 거리가 있어 백팩을 메고 이동하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 멀지 않은 레스토랑을 택했다. 서로인 스테이크 500g과 양파 요리를 주문했는데, 스테이크가 10 달러밖에 안 한다. 이런 걸 두고 빅맥과 버거킹을 먹었다니 참 후회스럽다.

육질이 부드럽고 좋다. 와인 한 잔을 곁들이니 대낮부터 알딸딸하니 기분도 좋아진다.

식사를 마치고 라틴아메리카 미술관으로 이동한다. 걷기엔 다소 멀고 택시를 타기엔 다소 가까운 애매한 거리였는데,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길거리도 돌아볼 겸 소화도 시킬 겸 걷기를 택했다. 팔레르모 지역은 우리나라로 치면 강남 3구 같은 곳이라 치안도 좋고 거리가 잘 정비되어 있다. 라틴아메리카 미술관에 들리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프리다 칼로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였다. 미술은 잘 몰라도 프리다 칼로 이름은 들어봤다.

프리다 칼로 특별관이 갖춰져 있긴 했지만 규모가 상대적으로 빈약했다. 그래도 프리다 칼로의 생애와 작품 활동에 대한 설명은 잘 되어 있는데, 더 많은 작품이 있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눈물을 흘리는 눈, 응시하는 눈, 그리고 또 하나의 눈. 프리다 칼로는 끔찍한 교통 사고로 척추가 완전히 부러지고 수십 번의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 생을 견뎌오며 칼로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던 것일까.

칼로 외에도 라틴 아메리카 출신의 여러 작가의 작품들을 전시해 놓았다. 라틴 아메리카 현대 미술의 흐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크게 만족스러운 경험이 될 것이다.

분명히 어디서 본 적이 있는데,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안 난다. 이런 애매한 것들은 대부분 수능 언어영역이나 LEET 언어이해 예술 지문에서 봤을 것이다.  

어린 놈이 발랑 까져서!!! 2층에 올라가면 라틴 아메리카의 키치한 현대 조형 예술 작품을 따로 전시해 두고 있다.

이렇게 두 군데의 미술관을 모두 돌아보고 에어로빠르께 공항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다음 목적지는 푸에르토 이과수. 아르헨티나 여행의 대미를 장식할 이과수 폭포를 보러 간다.

이과수 공항에 도착하면 1,300 페소를 주고 미니버스를 탈 수 있다. 미니버스를 타면 택시보다 시간은 더 걸리지만 비용을 대폭 아낄 수 있고, 또 호스텔 앞에다 내려줘서 편리하다. 4,500 페소짜리 호스텔을 예약했는데, 도미토리 시설은 열악했지만 싸게 하룻밤 묵을 수 있다는 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짐을 풀고 늦은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왔다. 호스텔에서 1 블럭 떨어진 곳에 서브웨이가 있다. 남미에서 서브웨이는 처음 봐서 은근히 반가웠다. 이미 늦은 시각이기도 했고 내일을 위해 체력을 아껴두기 위해 서브웨이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냥 자기 또 아쉬운 밤이다. 이과수의 밤은 덥고 습했다. 맥주 캔에 금방 물방울이 맺힌다. 도미토리 상태가 열악해서 취기를 빌려 숙면을 취해볼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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