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Overseas

2023 남미 여행 [Day.1]

무소의뿔 2023. 4. 1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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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04. 10. 월요일

전날 새벽 1시까지 술을 마시다가 택시를 타고 황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인간적으로 3시간은 자 줘야 오늘 항공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 5시에 간신히 일어나 간단히 씻고 미리 챙겨둔 짐을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인천공항까지 태워주겠다는 엄마를 만류하고 김포공항까지만 태워주기로 했다. 영종도까지 왕복으로 오가는 톨게이트 비용도 아깝지만, 시간만 놓고 보더라도 김포공항에서 공항철도를 타나 영종도까지 차로 이동하나 걸리는 시간은 비슷하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고 생각했다. 연로한 엄마에게 오래 운전대를 붙잡게 하고 싶지도 않았고 말이다.

6시에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공항철도를 타고 6시 40분에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 도착했다. 4월이라 그런지 여행객이 적어서 체크인 수속이 빨리 끝났다. 인천에서 도쿄 나리타로 먼저 이동하고, 나리타에서 미국 휴스턴으로 이동하고, 다시 휴스턴에서 페루 리마로 이동하는 경유 항공편을 타고 간다. 지금까지 직항만 타서 비행기 환승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조금 긴장되었지만, 인천공항에서는 딱히 우려할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위탁수하물로 부쳐야 할 줄 알았던 배낭을 기내에 실을 수 있다고 하여 기분이 좋았다. 새로 산 가방이 짐칸에서 구겨지고 더러워지는 게 내심 마음에 걸렸는데 잘 된 일이다.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비행기를 타서 그런지 이륙하자마자 금방 곯아떨어졌다. 예전에 스페인 여행을 갈 때도 비슷했던 것 같은데, 전날 술 마시고 두 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 비행기를 탔더니 인천에서 마드리드까지 진짜 거의 깨지 않고 푹 자면서 왔던 기억이 떠오른다. 제주항공을 타고 왔는데, 여행을 떠나는 젊은 여성들이 참 많았다. 짧은 휴가를 내서 도쿄를 관광하는 것이겠지. 작년 겨울 도쿄를 돌아봤던 추억이 문득 떠올랐다.

나리타 공항에서 첫 환승 도전이다. 공항 밖으로 나가지 않고 공항 안에서 ‘국제선 환승’ 라인을 따라 이동한다. 터미널 2에서 보안 검색을 마치고 이리저리 길을 물어 유나이티드 항공 카운터를 찾아갔다. 터미널 1으로 셔틀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해야 했는데, 환승객은 나랑 같은 항공편을 타고 넘어온 동년배 남성 한 명이 전부였다. 말이라도 붙여볼까 하다가 굳이라는 생각이 들어 말았다. 터미널 1으로 와서도 카운터를 찾느라 꽤나 애를 먹었다. 그래도 나리타 공항은 인천공항 못지 않게 흡연실이 잘 구비되어 있어 이용하기에 나쁘지 않았다. 카운터는 1시까지는 점심시간이라 잠시 닫힌 상태라 빠르게 요기를 할 겸 공항 내의 라멘 집에 들렀다. 해장라멘이었다.

카운터에서 수속과 발권을 마치고 카페로 이동해서 아메리카노를 한 잔 마셨다. 양이 엄청 적다. 햇살이 너무 강해서 카페에서는 오래 머물지 못했다. 사실 와이파이가 잘 안 잡힌다는 이유가 더 컸다. 라운지에서는 나리타 공항 무료 와이파이도 잘 잡히고, 무엇보다 USB 포트가 구비된 좌석이 있어서 전자기기들을 충전하기에 용이하다. 비행시간이 길어서 샤오미의 20,000 암페어 보조배터리를 챙기긴 했지만 충전을 할 기회가 있을 때 무조건 이것저것 충전해두는 게 바람직하다.

밀린 지난 주 헬스 기록을 정리하고 모바일 게임을 조금 하다가 넷플릭스로 길복순을 조금 또 보다가 다이어리를 끄적인다. 휴스턴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까지는 약 1시간 정도가 남았다. 목이 몹시 마른데 자판기는 엔화밖에 받지 않고 신용카드를 쓸 수 있는 것 같은데 정확한 사용법을 몰라서 몇 번 시도하다가 포기하였다. 비행기 체크인 전에 편의점을 찾아 음료를 사야겠다. 편의점에서는 신용카드 결제가 될 것 같다.

휴스턴까지 12시간에 가까운 비행인데, 지루할 것 같아서 남미 여행 가이드북과 함께 더글로리 전편을 미리 다운로드 받아두었다. 이 정도면 시간을 보내기에 부족함은 없을 것이다. 급하게 여행을 준비하느라 일정이나 예약을 꼼꼼히 챙기지 못했는데도, 어찌저찌 이렇게 여행을 출발하게 되었다. 쿠바를 다녀온 것을 제외한다면 생애 첫 남미 여행이다. 앞으로 내게 다가올 한 달 동안의 시간이 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기대가 된다.

얼마 전에 사람의 뇌가 지루해지면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고 그게 바로 노화의 인지적 본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결국 젊게 살려면, 젊은 상태를 유지하려면, 몸과 마음에 새로운 경험과 자극을 계속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남미 여행은 대자연 속에서 나를 찾고, 남은 나의 생을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지 큰 방향성에 관한 깊은 고민을 하는 시간으로 삼으려고 한다. 분명히 얻어가는 게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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