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은 너무 피곤하다. 어제 늦게까지 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잠에 들기도 하였지만, 어제 저녁 수영까지 하고 와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침에 일어나 정신을 차리기까지가 월요일이나 화요일보다 곱절로 힘이 들었다. 집을 나서는 시간도 그에 따라 조금은 늦어졌지만, 다행히 회사에는 9시까지 잘 도착했다.
이번 주부터는 출근길에 뽑아가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사이즈를 벤티에서 그란데로 줄였다. 몸이 부족한 카페인에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다음 주부터는 톨로 줄여봐야겠다. 그 다음 주, 3월부터는 아예 커피 없이 버텨볼까도 싶다. 무엇인가에 의존한다는 것은 썩 좋은 일은 아니니까 말이다.
타성에 젖은 5년차 직장인 또는 변호사. 업무는 루틴하고 의욕을 품을 만한 성질의 것이 없다. 검토 같지 않은 검토, 의견 같지 않은 의견을 대충 버무려서 일을 쳐낸다. 타성에 젖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벌써 열정과 의지라는 게 고갈되어 버린 걸까? 아니면 내가 꿈꾸는 새로운 일터에서는 조금은 달라진 모습일 수 있을까?
컴퓨터에 설치한 LOL을 두판 정도 하고 잠에 들었다. 게임에 딱히 소질이 없어서 일반 유저들과는 겨루지 못하고, 대신 봇을 세워 놓고 학살판을 벌인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에도 타인과 경쟁하는 게임보다 혼자 왕국을 건설하는 게임을 더 좋아했다.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에 몰두하며 지샌 밤이 며칠이던가. 사람과 부대끼는 일은 대부분의 경우 그리 유쾌한 경험은 못 된다. 하지만, 사람이 아예 없는 것도 참 공허하고 황량하다.
수영 실력은 날로 일취월장하고 있다. 이제는 성인 레인에서 배영까지 한다. 어제가 첫 배영 도전이었긴 하지만, 키판 없이 레인을 왕복했다는데 의의를 두고 싶다. 자유형도 많이 익숙해졌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호흡인데, 담배를 펴서 그런지 호흡이 많이 달린다. 그래도 50m 정도는 쉬지 않고 수영할 수 있기는 하지만, 철인3종경기에서 1.5km를 연달아 수영하는 사람들이 새삼 대단하다. 역시 모든 일은 직접 경험해보아야 그 난이를 알 수 있는 듯하다.
요새 사랑의 이해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 어제 그리고 오늘 점심까지 해서 4화까지 봤다. 하상수, 안수영, 박미경 이 세 인물이 빚어내는 갈등과 긴장 관계가 묘하게 자극적이다. 각자의 상황, 처지, 사정이 엇갈리면서 사랑의 감정을 풀어나가는 방식조차 다르게 흘러나간다. 사람은 다 다를 수밖에 없다는 평범하면서도 묵직한 명제가 머릿 속에 떠오른다. 그래, 우리는 목적의 차이가 아닌 수단의 차이만으로도 오해하고 반목하고 상처받는 존재들이다. 그것은 참 비극적이지만, 존재 자체의 한계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드라마에는 좋은 대사가 많다. 의미 없이 요란한 말들로 극을 채우지 않는다. 그래서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참 울린다. 상수는 관계에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연애로 나아가는 것에 신중하다고 한다. 나는 나의 나아감과 오감에 얼마만큼의 책임감을 짊어지는지 돌아보았다. 박미경은 하상수가 변수가 아닌 상수 같은 사람이라서 좋다고 한다. 나는 내가 양자적인 놈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안수영은 하상수에게 왜 망설였냐고 추궁한다. 안수영의 조바심을 보면서 관계에 임하는 나의 참을성은 얼마만큼의 크기였는지 되짚어본다.
내일은 목요일이다. 이제 두 번 남은 재택근무 금요일을 보내고 나면 3월이다. 3월이면 싹이 움트고 꽃이 필 조짐이 보일텐데, 사랑은 커녕 삶도 이해하기 어려운 가운데, 수요일이 흘러가고 있다. 몸도 마음도 피곤한, 수요일은 너무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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