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올림픽대로에서

무소의뿔 2023. 2. 21. 10:16

오늘은 오전에 중앙지방법원에서 재판이 있다. 팀장님께 미리 말씀 드리고 집에서 바로 법원으로 가는 길이다. 평소보다 한 시간을 더 잤다. 어제 야식으로 순대에 막걸리 그리고 맥주 한 캔을 마셨더니, 더 잔 것에 비해 피로가 풀린 느낌은 부족하다. 나이를 먹나 보다. 뭘 특별히 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피곤하다. 평소보다 특별히 더 피곤한 날에는 선물로 받은 오쏘뮬 영양제를 먹는다. 이제 15개 정도 남았을 것이다. 어떤 선물들은 조금씩 그렇게 소모해버려야 한다.

택시를 불러서 집에서부터 법원까지 가는 길이다. 영등포로터리를 지나 노들길을 따라 올림픽대로에 들어선다. 항상 차가 막히는 올림픽대로이다. 요새 다시 Sting의 Shape of my heart에 꽂혀서 열심히 듣고 있다. 가는 길에 게임도 하고, 다이어리도 쓸 겸해서 아이패드를 챙겨왔다. 지난 가을 샀을 때 생각보다는 활용도가 크지는 않은데, 그래도 이렇게 가끔 쓸모가 있다. 주말 부산에 내려갈 때도 아이패드를 챙겨가야지.

어제는 두어 군데 이력서를 넣었다. 한 군데는 지인이 소개해준 곳이고, 한 군데는 그냥 채용 사이트에서 보고 지원했다. 2월이 이제 마지막 주인데, 이제 고민은 그만 끝내야 할 시기인 것 같다. 특별히 엄청 진지하게 고민한 것은 아닌데, 뭔가 오징어게임에서 유리다리 건너는 느낌이다. 어차피 뭐 인생은 항상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처럼 어떤 선택을 하든 후회를 남길테니, 그러면 그냥 일단 가 보는 것도 답이다.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커피를 줄였다. 2주 전에는 매일 벤티를 마시던 것을, 지난 주에는 그란데로, 그리고 어제부터는 톨 사이즈로 줄였다. 오늘은 아직 커피를 못 마셨다. 법원에 도착하면 아메리카노를 한 잔 마셔야겠다. 법원을 들릴 때마다 예전 직장 동료였다가 판사가 된 형을 만나는데, 오늘은 재판부 이동하고 얼마 안 되서 정신이 없어서 만나지 못한다. 형과 함께 회사 근처 술집을 전전하던 때가 문득 생각 난다.

날이 맑고 차다. 지금 차창 너머로 남산타워가 선명하게 보인다. 서울 곳곳에 많은 추억들이 있었는데, 나이를 먹어가서 그런가 점점 희미해지고 퇴색되어 간다. 2023년은 정말 많은 것들을 새로 쌓을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기대가 된다. 걱정도 되지만. 그냥 많은 생각 말고, 매일매일을 걸어나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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