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토요일 밤을 보내며

무소의뿔 2023. 2. 19. 00:10

2월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공기에서 봄내음이 느껴진다. 며칠째 흐린 하늘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봄이 다가옴이 느껴진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방 안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느라 살짝 열어둔 창문 틈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쌀쌀하다기보다는 시원하다.

이렇게 밤바람을 쐬고 있노라면, 4월에 내리는 봄비가 생각난다. 특별한 날이나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때의 분위기가 생각난다. 구름이 잔뜩 낀 흐린 하늘 아래로 얕은 비가 내린다. 나는 침대에 누워서 또는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끄적이며 노래를 들으며 빗소리를 감상한다. 그러다보면 괜시리 마음이 동해서 하릴 없이 담배나 한 대 태우고 돌아오곤 했다. 따듯하면서도 우울하고, 촉촉하면서도 축축한 기억이다.

어제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강남에 다녀왔다. 한 녀석이 윙스탑이라는 미국에서 들어온 치킨 윙 전문점을 가고 싶다고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다녀왔다. 저녁을 먹고 '토토가'를 갔다. 춤 추는 것을 별로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이런 분위기의 유흥주점을 잘 가지는 않지만, 오랜만에 기분 전환할 겸 들렸다. 거대한 다모토리 같은 느낌이었다. 한 세 시간 열심히 춤을 추고 술을 마시다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속된 말로 '방뎅이' 흔들고 나니 스트레스가 풀린다.

거기 있는 아저씨들은 참 열심이다. 여자끼리 온 무리를 향해 끊임없이 접근하고, 끊임없이 뻐꾸기를 날린다. 개중에 몇몇은 성공해서 따로 술을 마시러 나간다. 나도 그렇게 할려면 할 수도 있었겠지만, 오늘은 춤을 추는 게 참 좋았다. 춤추고 노래하는 그 자체가 좋았다. 땀을 흘리며 몸을 흔들며 일종의 트랜스 상태일까, 근심과 걱정도 사라진다.

집으로 가려고 스테이지를 벗어나 계단에 걸터앉아서 숨을 고르는데, 나보다 몇 살은 더 위인 것 같은 남자가 술에 잔뜩 취해서 내 옆에 앉았다. 이리저리 카톡을 하는 걸 보았다. 아마 세 명이었던 것 같은데, 이미 택시를 탔다는 얘기, 보고 싶다는 얘기, 뭐 그런 뻔한 작업과 수작들을 펼치고 있었다. 참, 열심히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저씨가 나에게 잘 생겼다며 말을 건다. 대충 응수해주고 친구를 기다렸다가 밖으로 나와 시원한 공기를 마신다. 택시 요금이 올라서인지 예전보다 택시 잡기가 수월하다. 지친 몸을 누여 집으로 돌아온다.

느지막히 늦잠을 자고 일어난 토요일. 원래는 소요산이라도 다녀올라고 했는데 어제 헬스도 걸렀겠다, 조금 더 쉬다가 헬스장이나 다녀와야지. 등과 어깨를 트레이닝하고 샤워도 하고, 정성스럽게 바디로션도 바른다. 게임을 조금 하다가 침대에 누워 요새 즐겨보는 드라마를 본다. 사랑의 이해. 사랑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사랑이란 걸 이해할 수 있을까. 회차가 거듭될수록 어려워진다.

내일 점심 약속이 취소되었다. 소요산을 내일 다녀올까? 저녁에는 눈썹 문신을 예약해두었는데, 내일 뭐하지가 고민인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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