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Overseas

2022 일본 여행 [Day.2]

무소의뿔 2023. 1. 7. 21:08

후쿠오카에서의 두 번째 날의 아침이 밝았다. 다행히 오늘은 하늘이 맑게 개었다. 비 걱정은 덜어둬도 괜찮을 것이다. 한국은 한파가 몰아쳤다는데, 여기는 아직 늦가을 혹은 초겨울 정도의 날씨라 여행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다. 월요일 아침이라 이리저리 분주하게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어제도 그냥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왔어야 했는데!!!! 200엔 정도를 들여 후쿠오카 공항으로 다시 간다. 이번 여행의 포인트는 렌트카이다. 공항 근처에 있는 도요타 렌터카 사무소에서 미리 예약해둔 차량을 픽업하고, 오늘은 나가사키로 가는 날이다. 2018년에 가족과 오키나와 여행을 갔었는데, 그때는 아빠만 국제운전면허를 신청해서 내가 운전대를 잡을 일은 없었다. 이번에는 둘 다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하고 교대로 운전하기로 했다. 신호와 차선이 우리나라와 정반대라서 걱정도 되지만 또 그만큼 기대도 되었다.

렌터카 사무소에 이르기까지 1시간이 넘게 헤매었다. 국내선 렌터카 사무소와 국제선 렌터카 사무소가 별개로 있었고, 렌터카 사무소까지 가는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데도 한참이 걸렸다. 다행히 수납을 안내하는 직원은 우리나라말에 능통한 분이어서, 큰 어려움 없이 차를 받을 수 있었다.

조금 작은 차이긴 한데, 나름 귀엽다. 레이보다는 크고 소나타보다는 작은 정도랄까. 우리는 이 차를 타고 나가사키로 향했다. 기름값은 환율 때문에 우리나라보다 10% 정도 저렴했다. 그런데, 문제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톨게이트비였다. 후쿠오카에서 나가사키까지는 약 150km 거리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에서 대전 정도 가는 거리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그런데 톨비가 무려 편도로 4500엔이다!!!!! 서울에서 속초까지 톨게이트비가 만원 정도밖에 안 나오는데, 아니 이렇게 톨게이트비가 비싸다고?? 정말 게이트를 지날 때 친구와 나는 모두 헛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침을 안 먹고 출발해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간단히 요기할 삼각김밥을 주문했다. 일본의 고속도로는 도로에 요철이 거의 없고 관리가 잘 되어 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우리나라와 달리 아주 작은 규모였는데, 화장실만 있는 휴게소도 있었고 편의점이 함께 있는 휴게소도 있다. 우리나라처럼 이것저것 매장이 즐비하게 들어선 휴게소는 한 군데도 없었다.

두 시간 여를 달려서 드디어 나가사키에 도착했다. 데지마 항에 정박해 있는 몇 척의 배들이 고즈넉한 느낌을 풍겨온다.

나가사키는 차이나타운이 유명하다고 해서 들렸다. 어차피 큰 도시가 아니고 관광할 거리가 많지 않아서 둘러보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차이나타운에서 우리는 나가사키 짬뽕을 먹으러 나섰다.

지역에서 제일 유명한 나가사키 짬뽕 가게는 휴무일이어서 그냥 문을 연 아무 중국집이나 들어갔다. 몇 가지 요리가 코스로 나오는 세트를 주문했는데, 일본 답게 배가 부를 정도의 양은 아니었다. 나가사키 짬뽕은 맛있었는데, 음 뭐랄까 우리나라 이자카야에서 익히 먹어왔던 맛과는 사뭇 달랐다. 청양고추가 안 들어가서 다소 심심한 맛이었달까.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식사를 마치고 데지마 섬으로 향했다. 섬이라고 해서 멀리 있는게 아니라 차이나타운 바로 옆에 있는 작은 인공 섬이다. 데지마 섬은 일본의 쇄국 정책 시기에 서양과 교류하는 유일한 통로였다고 한다. 인공 섬을 조성하고 외국인은 그 안에서만 머물도록 한 것. 그래서 이 곳에서 난학을 비롯한 서구 문물과의 교류가 이루어지고, 그만큼 일본인들에게는 역사적으로 상당히 의미가 있는 곳이라고 한다. 일본어를 모르니 제대로 감상하기는 어려웠다.

다음 행선지는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나가사키에서 가장 오래된 카스테라 가게를 들렀다. 이게 또 마침 원래 가게에서 장소를 이전하는 바람에 찾느라 꽤나 애를 먹었다.

밥 먹은지 얼마 되지 않아 좀 시간을 두고 먹기로 했다. 많은 양은 아닌데, 저 한 박스에 한 600엔 이상 했던 것 같다.

맛은 음… 흔히 먹는 카스테라와 큰 차이는 없었다. 역사가 오래되었다고 해서 맛이 최상이라는 보장은 없구나!!!

나가사키의 원폭 기념 공원에 들렀다. 평화의 신 조형물이라고 하는데, 그 앞에서 같은 포즈를 취해 보았다. 나가사키는 잘 알다시피 2차 세계대전 때 히로시마와 함께 원자폭탄이 투하된 곳이다. 일본인들에게는 큰 상처이자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도시인 듯하다. 그래서인지 견학을 오는 학생들이 아주 많았다. 사진을 다시 보니 그러한 무게에 비해 너무 해맑게 찍은 것 같아 마음이 미안하다.

공원에 이어 원폭 기념관으로 향했다. 사진은 기념관 입구에 전시된 조형물로 원폭 당시의 처참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기념관은 꽤 잘 조성되어 있었는데, 원폭 당시의 상황이나 원폭 피해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일본 제국주의는 우리나라에도 큰 상처를 입혔지만, 또 일본 역시 원폭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국주의 시기의 일본은 절대악으로 묘사되곤 하지만, 정작 죄 없는 보통의 일본 민간인들 역시 제국주의의 희생양이 아니었나 싶다. 폭력의 시대였고 광기의 시대였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 앞에 괜시리 숙연해진다.

짧은 나가사키 관광을 마치고 다시 후쿠오카로 돌아가는 길. 나가사키는 생각보다 도시 규모가 작고 볼거리가 많지 않아서 넉넉히 잡아 4시간이면 관광을 마칠 수 있다. 사실 이 4시간을 위해 후쿠오카에서 나가사키까지 이동하는게 생각보다 큰 의미는 없었다. 그래도 살면서 내가 언제 또 나가사키를 오겠는가. 거기에 의의를 두고 다시 4500엔 톨비를 내며 후쿠오카로 향했다.

어둠이 나린 후쿠오카의 나카스. 어제 봤지만 여전히 야경은 아름답다.

오늘은 후쿠오카에서 제일 유명한 스시를 먹으러 텐진 쪽으로 갔다. 수요미식회인가에 방영이 되어 한국인들한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스시집이다. 30분 정도 웨이팅 후 조금 늦은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정갈한 구성이었고, 약간 한국화된 느낌이 없진 않았지만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 스시였다. 배가 부를 정도는 아니었지만, 깔끔한 한 끼 식사로는 안성마춤이었다. 가게 안은 90%는 한국인이었던 것 같다ㅋㅋㅋㅋ

저녁 식사를 마치고서 후쿠오카의 명물, 포장마차로 향했다. 나카스 강변에 포장마차가 쭉 늘어서 있는데, 역사가 오래된 가게들은 30년, 40년을 넘긴 것들도 많다. 시에서 허가를 받고 운영하는 가게들이라고 한다. 여기도 한국인들이 많았는데, 의외로 퇴근한 일본 직장인들도 많았다. 반반 정도였던 것 같다.

다만, 가격이 그렇게 착하지는 않은 편. 안주 양에 비해 단품 가격이 비싼 편이고, 주류 가격도 상당하다. 그래도 여행 왔으니까 기분도 낼 겸 한 번 먹어본다.

오뎅 3개를 고르는데, 친구가 하나를 무로 주문했다. 미친놈인가 했는데, 일본인들이 오뎅과 함께 먹는 삶은 무를 좋아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래도 무 한 덩이에 200엔을 태우다니… 내 상식엔 맞지 않는다. 오뎅이 푹 익지 않아서 다소 퍽퍽한 느낌이 있었다.

모둠꼬치도 나왔다. 예전 도쿄 여행에서 정말 모둠꼬치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음 솔직히 기대 이하의 맛이었다. 나카스 포장마차에 너무 많은 기대를 했던 것일까…

헛헛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산타 할아버지와 함께 기념샷을 남겨본다.

헛헛한 속을 달래기 위해 아이스크림으로 배를 달래본다. 이렇게 일본에서의 두 번째 밤이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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