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Overseas

2022 일본 여행 [Day.4]

무소의뿔 2023. 1. 8. 18:51

료칸에서의 산뜻한 하룻밤이 지나고 아침 해가 밝았다. 객실마다 이렇게 개인 욕조가 비치되어 있다. 뜨거운 걸 잘 못 참아서 여기는 발만 담갔다.

료칸의 메인 온천. 역시나 꽤나 뜨겁다. 온천이 큰 료칸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아담하고 고즈넉한 맛은 있다. 처음엔 뜨거웠지만 조금 지나니 익숙해져서 하반신은 따듯하고 상반신은 시원한, 그야말로 노천을 즐길 수 있었다.

가족탕을 별도로 운영하는데, 여기는 물 온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여기는 개인 욕실 같다는 느낌이 강하고, 료칸 특유의 노천 감성은 느껴지지 않는다.

료칸에 왔으니, 료칸에서 제공하는 옷을 입고 기념 사진을 찍어봤다.

료칸에서 제공하는 조식. 전날 저녁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구성이 알차다. 간단한 사시미와 샐러드, 두부, 낫또 그리고 반찬이 제공된다.

낫또는 처음 먹어보는데, 의외로 맛이 괜찮았다. 저 콩을 젓가락으로 휘저으면 실 같은게 나온다고 친구가 말해줬다.

생선구이도 나온다. 역시 따듯한 생선은 아닌데, 비린 맛이 없고 짭조름해서 마음에 들었다.

꽤 좋은 육질의 베이컨도 제공된다. 간단하게 화로에 구워서 먹어본다.

어제 저녁에서도 느꼈지만, 여기 밥이 참 맛있다. 맑은 장국과 함께 아침 식사를 즐겁게 마무리한다.

료칸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근처의 긴린코 호수에 들렸다. 대단한 규모나 수심은 아니지만, 멋스러움이 있다. 긴린코 호수 주변으로 카페나 식당이 늘어서 있는데, 유동 인구가 많지 않아서 시골 마을의 아침을 느낄 수 있었다.

긴린코 호수를 둘러보았으니 점심식사를 해야 한다. 유후인에서 꼭 먹어보라고 가이드북에서 신신당부를 했던 우엉튀김우동을 먹으러 왔다. 사다리꼴 모양의 간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고보텐 우동이라고 하는데, 와 이건 진짜 물건이다. 진짜 맛있었다. 우동 국물과 면도 훌륭했는데, 우엉튀김이 진짜 예술이다. 단백질이 없이도 이렇게 만족했다는 것은 진짜 맛있다는 뜻이다. 여기 고보텐 우동은 꼭 다시 한 번 먹어보고 싶은 맛이었다.

점심식사까지 마치고 유후인 상점가를 거닐어본다. 유후인 자체가 큰 도시가 아니라서 상점가가 그렇게 길지는 않다. 1시간이면 가게를 넉넉히 둘러볼 수 있는 정도이다. 

하남자가 되는 것 같아서 들릴까 말까 고민했는데, 어차피 입장료가 무료라서 한 번 들러 본 유후인 플로랄 빌리지. 대단할 것은 없고, 아기자기한 소품샵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는 상점가이다. 확실히 유후인은 료칸 즐기는 것 외에는 딱히 할 게 별로 없는 조용한 시골 마을이다. 이렇게 유후인에서의 하루를 마치고 다시 후쿠오카로 돌아가본다.

후쿠오카에는 5시 정도에 도착했는데, 운전을 오래 해서 그런지 피로감이 컸다. 해가 질 때까지 한 시간 정도 낮잠을 잔 후 저녁식사를 하러 텐진 쪽으로 나가본다. 역시 한인들한테 인기가 좋은 후쿠오카의 명물 함바그스테이크를 먹어보러 왔다. 텐진의 복합 쇼핑몰 지하에 위치해 있는 가게인데, 이미 웨이팅 줄이 어마어마하다. 40분 정도를 기다려서 간신히 들어갈 수 있었다.

후쿠오카에서의 마지막 만찬이니만큼 특대형 사이즈로 주문했다. 소 모양의 철판이 귀엽다ㅋㅋㅋ 저 소 등 부분의 둥그렇게 불룩 튀어나온 원기둥 위에 함바그스테이크를 조금씩 떼서 구워 먹는 방식이다. 돌이 식으면 돌을 또 교체해 준다. 조금만 더 돈을 투자하면 다양한 소스를 맛볼 수도 있다. 맛은 상당히 훌륭했고, 후쿠오카에서의 마지막 저녁으로 후회가 없는 선택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텐진 크리스마스 마켓에 들렸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전혀 예상을 못 했었는데, 크리스마스 전주라고 다들 축제 분위기였다. 결과적으로 이번 후쿠오카 여행에서 가장 재미있는 관광이 되었다. 뭐랄까, 축제를 즐기는 후쿠오카 시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인상적이었는데, 우리나라의 지역 축제와는 결이 다른 느낌이었다. 지역민들로 구성된 밴드가 무대에 올라서 공연을 했는데, 퀸을 오마주하기도 하고 마돈나를 오마주하기도 했다. 실력이 수준급이라고는 못하겠지만, 공연하는 사람과 공연을 보는 사람이 함께 어우러져 흥이 넘치는 게 정말 인상적이었다. 한때 미국을 위협했던 경제대국다운 문화 수준이었다. 지역 공동체가 생각보다 건강하고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양한 소품샵과 음식점들이 입점해 있고, 사람들도 참 많다. 이날은 몹시 추웠는데도 추위를 잊을 만큼 많은 인파였다.

행인에게 부탁해서 남긴 기념 사진. 성탄 분위기에 들뜬 아재 둘~~

이대로 숙소로 돌아가긴 아쉬워 근처 이자카야에 들려 마지막 술 한잔을 기울여 본다.

친구는 하이볼을 나는 나마비루를 각각 주문했다. 이렇게 후쿠오카에서의 네 번째 밤이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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