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Overseas

2022 일본 여행 [Day.3]

무소의뿔 2023. 1. 8. 17:53

후쿠오카 여행의 3일차 아침이 밝았다. 오늘은 다시 차를 몰고 170km 거리를 지나 뱃부와 유후인으로 갈 예정.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유후인 료칸 체험이 예정된 여행의 백미와 같은 날이다. 어제 나가사키 왕복 톨게이트 비용으로 9,000엔을 지출해서 뱃부까지는 도료 요금이 따로 없는 국도로만 가기로 결정. 어차피 그렇게 해서 손해 보는 시간은 편도로 1시간이 안 되니, 절약할 만하다. 1시간 정도를 달려 후쿠오카 외곽의 요시노야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조금만 외곽으로 나와도 주차 공간이 이렇게 여유롭다. 후쿠오카 시내에서는 30분에 100엔 이상하는 주차장뿐인데 말이다.

착한 가격과 평타 이상의 맛이 장기인 요시노야. 일본식 소불고기 전골 요리를 주문했다. 1,000엔이 조금 안 되는 가격이었던 것 같다. 아침 시장기를 달래는 데 제격이다.

어차피 국도를 타는 김에 바로 뱃부로 가기는 아쉬워서 해안 근처 공원에 들렸다. 구글 지도에 Shadi Agri Park를 치고 왔는데, 공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황량했다. 공터라고 하는 게 맞겠다. 지쿠조마치에 위치해 있다. 시보다는 작은 행정단위, 우리나라로 치면 '군' 정도에 해당될 것 같다. 저 너머로 보이는 바다는 규슈와 혼슈 사이의 내해이다. 살면서 일본 내해를 다 보는구나.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상남자답게 방파제 위로 올라서서 사진을 남겨본다.

다시 차를 몰아 드디어 뱃부에 도착했다. 뱃부에서는 점심식사와 함께 뱃부의 명물 지옥순례를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지옥별로 입장료가 400엔씩 든다. 8개 지옥을 모두 관람할 수 있는 통합권은 2,000엔으로 조금 더 저렴하긴 한데, 8개 온천을 다 보는 것은 시간 소모도 크고 경관이 온천별로 크게 다를 것 같지도 않아서 백지지옥과 카마도지옥 두 군데만 돌아보기로 결정했다.

각각의 지옥은 독특한 물 색깔을 뽐내는데, 백지지옥의 경우 연록색이었다. 유황 냄새가 진동을 했는데, 달걀 곯은 냄새와 비슷했다.

그 다음으로 들린 카마도 지옥. 도깨비 지옥이라는 뜻이다. 기념 사진을 남겨본다.

위풍당당한 일본의 도깨비가 지옥 온천을 늠름하게 지키고 있다.

카마도지옥이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연한 하늘색으로 넓게 펼쳐진 온천이 사뭇 아름답다. 남국의 바다에 와 있는 듯한 색감이다.

한잔 마시고 10년 젊어지라는데, 안 마실 수가 없다. 자율적으로 잔돈을 넣고 종이컵을 하나 들고 가면 온천수를 받아마실 수 있다. 소금이 없는데도 유황 때문에 짭짤한 맛이 난다.

카마도지옥 기념품샵에서 본 아카자 피규어. 살까 말까 고민했지만, 어차피 사도 결국엔 짐짝이 될 것을 알기에 눈으로 보는 것에 만족하기로.

짧은 지옥순례를 마치고, 가이드북에서 추천한 지옥찜공방 칸나와에 점심 식사를 하러 왔다. 사실 여기를 먼저 들렸는데, 인기가 좋아서 대기가 한참 걸린다고 해서 예약만 걸어두고 지옥순례를 다녀온 것.

일본 식당 어디에나 있는 자동판매기에서 표를 끊으면, 그에 맞는 재료를 세팅해준다. 뱃부 온천으로 직접 재료를 15분간 찐다.

하지만,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우리는 해물찜 모둠을 택했는데, 해물이라고는 꼴랑 작은 새우 하나, 가리비 하나, 연어 베이컨말이, 참치 양배추말이가 끝이었다. 어쩐지 가격이 모둠치고는 싸다고 했더니만...

잡곡밥을 연잎으로 감싸서 함께 찐다. 이게 밥이고 저 해물과 야채가 반찬인 셈. 의외로 맛은 그냥 일반 요리랑 차이가 없었다. 지옥찜이라고 해서 특별할 것은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이제 유후인으로 출발하기 전에, 가는 길에 있는 언덕 휴게소에 들렸다. 쉴려고 들린 것은 아니고, 가이드북에서 본 여기 푸딩을 꼭 먹어보기 위해서였다.

부드럽고 맛있는 푸딩이었지만, 눈이 돌아갈 정도로 신묘한 맛은 아니었다. 그마저도 친구는 제대로 푸딩을 시켰는데, 나는 아이스크림 푸딩을 시켜서, 사실상 아이스크림을 먹은 셈. 친구 푸딩을 한 입 뺏어 먹은 것으로 만족했다.

뱃부에서 한시간 여를 다시 달려 드디어 유후인에 도착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료칸에 도착했다!!!! 료칸은 처음이라 꽤나 기대가 되었다. 엄청 고급 료칸은 아니었지만, 1박에 45만원 정도하는 료칸이었다.

체크인을 마치고 들어온 료칸 안의 정원이다. 호타로 센도우라는 료칸이었는데, 센도우는 한자로 '선동'인 듯하다. 신선 선 자에 동네 동 자, 신선마을이란 뜻이다.

존엄성을 지켜주기 위한 더블 베드. 완전 전통 료칸은 아니고 약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느낌이랄까. 침대와 침구류 모두 컨디션은 훌륭했다.

웰컴 떡이라고 해야 하나. 모찌 떡을 하나씩 나눠줬다.

료칸의 꽃 가이세키. 다양한 해산물이 갖춰져 있고 순서대로 먹으면 된다. 요리 하나하나가 아주 훌륭하고 맛있었다. 꽤나 정성을 들인 요리라는 게 바로 느껴졌다.

무슨 생선인지는 모르겠는데, 아주 맛있었다. 따듯한 상태는 아니었는데, 전혀 비린 맛이 없었다. 소금 절임의 상태도 흡족했다.

와규 스테이크. 와규야 두말 할 것 없이 언제 먹어도 참 맛있다.

스테이크를 다 먹고 나면 맑은 국과 밥으로 마무리를 하고,

디저트까지 먹으면 식사가 끝이 난다.

친절하게 내 성까지 프린트해 두었다. 역시 디테일의 나라답다. 아주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치고 온천을 즐겨본다.

료칸에서의 밤을 달래 줄 사케. 근처 로손 편의점에서 단돈 540엔밖에 안 하는 사케이다. 뚜껑에 가렸는데, 한자로 큼지막하게 쓰여 있는 '품질본위'라는 문구에 마음이 끌렸다. 고급 사케의 깔끔한 맛은 아니더라도 밤을 적시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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