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두 달만에 다시 찾은 고성 바다

무소의뿔 2022. 10. 24. 16:46

개인적인 일정이 있어 금요일에 고성을 방문했다. 다행히 날이 따듯하고, 바다라서 더 따듯했다. 여유 있게 출발한다고 했는데, 4시간 정도가 걸리더라. 특히 집이 서울의 서쪽이다보니 서울을 빠져나가는 데만 한 시간 반이 넘게 걸렸다. 사람은 동쪽에 살아야 한다.

고성에 가는 길에 먼저 속초에 들러 친구를 만났다. 로스쿨 동기로 지금은 속초지청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열정 넘치는 검사다. 원래도 속초 근처에 들릴 일이 있으면 항상 청초수물회를 들려 물회를 한 그릇씩 먹곤 하는데, 이번에는 친구가 소개하는 집으로 갔다. 이모횟집이었는데, 단체 손님을 받아서 분주했다. 물회는 횟감도 넉넉하고 싱싱해서 맛이 좋았다.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다보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항상 짧게 봐서 아쉽지만, 또 아쉬움이 있어야 다음 만남이 기다려진다. 헤아려보니, 이 친구와 이렇게 앉아서 얘기한 게 거진 1년만이다. 그 사이 카카오톡은 참 많이 했는데 말이다. 시간의 흐름이 이리도 빠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천진해변. 많은 추억이 이 바다에서 만들어졌고, 여전히 많은 상념들을 버리러 가끔씩 이 바다를 찾는다. 오늘은 따듯한 바닷바람과 햇살 때문에, 계속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무념무상. 준비한 일도 잘 해결되었고, 마음에 걸릴 것이 없었다. 더듬어가며 고통스럽게 옛 기억을 마주할 이유도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아무런 생각도 없이, 마치 도가에서 말하는 '망아'의 경지에 이른 것마냥, 내가 비워졌다. 바다와 바람과 그리고 햇살만 있었다.

늘 오는 카페에서 따듯한 아메리카노와 케이크를 한 조각 즐겼다. 나는 더 단단해졌다. 바다는 슬픔이자 기쁨이고, 환희이자 분노이다. 짧았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휴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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