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일요일, 대회를 마친 그 날부터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술을 마셨다. 오랫동안 사람들을 못 만나기도 했고, 두 달 동안 술을 안 마시기도 했고, 마지막 한 달 동안은 금식에 가까운 식단을 했으니, 술과 음식과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쳐 무리하게 약속을 잡아두었다.
처음 한 주 동안은 그렇게 먹고 난 다음에 속이 불편할 정도로 힘들었다. 극단적인 다이어트로 위장의 크기 자체가 줄어져 있는데, 한꺼번에 과도하게 많은 양의 음식물이 들어가니 위가 팽창하는 힘이 약해서 장기가 압박을 받아서 느끼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참 미련한 것이, 소화제를 먹어가면서 버텼다. 그렇게 한 주를 버티니까 두 번째 주차부터는 꽤 적응을 했는지 배불리 먹어도 크게 무리스럽지는 않았다. 그래도 여전히 배가 불러 힘든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세 번째 주차부터는 완전히 적응을 해서 충분히 많이 먹어도 그렇게 많이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낮에 식간에 허기와 공복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제는 슬슬 일일 섭취 칼로리를 다시 정상 궤도로 돌릴 시점이 된 것 같다. 힘들게 만든 몸인 만큼 예쁜 상태를 오래도록 유지, 발전시키고 싶다. 먹는 것은 찰나의 강렬한 쾌락이고, 건강하고 예쁜 몸을 가꾸는 것은 잔잔바리로 오래 가는 즐거움이다. 둘 사이에서 균형 잡힌 일상을 일궈나가고 싶다. 운동과 식단으로 건강과 미용을 지켜나가면서도 가끔은 미식 탐닉으로 즐거움도 충전하는 그런 삶 말이다.
먹는 것 이상으로 힘든 부분이 술이었다. 이게 2주가 넘어가니까 슬슬 내 스스로 느끼기에도 간이 지켜가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이런저런 사정들로 휴식이 충분하지도 못했다. 연이은 알콜 섭취로 피부도 눈에 띄게 푸석푸석해진 것 같고, 기분 탓인지 누래진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오늘부터는 이제 연속하여 매일 술을 마실 일은 없다는 것. 이제는 건강도 생각하면서 조절하면서 마실 수 있다. 가족과의 제주도 여행이 어찌보면 내 간에게는 일종의 휴식의 개념이다.
18일 동안 술을 마시면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과의 즐거운 시간도 있었다. 늠름한 애아빠가 되어 육아에 전념하는 녀석들, 둘째 임신 소식을 전해 오는 친구, 고마웠던 회사 사람들과의 소소한 술자리 등등. 모두 고맙고 소중한 사람들이다.
물론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도 있었고 슬프게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지만, 모든 순간이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 간의 일방적인 희생이라고 폄하할 수는 없는 시간들이었다. 모든 일은 다 의미가 있다. 우리의 모든 경험은 어떤 의미에서든 소중하다. 새로운 변화도 있었다. 우리의 삶은 한치 앞을 알 수가 없다. 급류에 몸을 휩쓸린 것처럼 급작스럽지만, 또 강렬하다. 이 급류를 타고 즐거운 래프팅을 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난 18일 동안 너무 혹사시킨 간에게 미안하다. 이젠 잠깐 휴식을 주어야겠다. 하지만, 너의 희생은 숭고했지. 인생에 잊지 못할 또 추억을 하나 이렇게 안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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