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날씨가 너무 따듯해서 산책을 아니할 수가 없었다. 방이샤브샤브칼국수에서 맛있게 점심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석촌호수로 향했다. 원래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호수지만, 러버덕 때문에 인파가 몰려서 정말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외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나지만, 8년만에 러버덕을 다시 보는 것은 꽤나 진귀한 경험이긴 하다. 8년 전이면 2014년이고, 내가 25살일 때다. 그때는 몰랐는데 돌이켜보니 정말 어리고 정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좋은 나이였다. 지나간 젊음에 후회는 없지만, 조금은 다른 인생을 살아보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8년 전보다 더 커졌다고 한다. 내 마음의 크기, 내 인격의 무게, 내 그릇의 넓이도 8년 전보다는 조금은 커졌을까 스스로 물어본다. 삶을 산다는 것은 발전과 성취의 과정이어야 한다고 늘 생각하지만, 실제로 이를 실천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최소한 8년 전보다 더 못난 사람이 되어있지는 않아야 할텐데, 삶은 항상 고단하고 어렵다.
오리는 겉보기에는 물 위에 평온히 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라앉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발을 구르고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발버둥을 치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오리의 유영과 비슷하지 않을까. 인간이란 원래 아무렇지 않은 척, 멀쩡한 척, 잘 사는 척 하려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렇지 않지 않을까봐 몸부림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8년 동안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해맑게 웃으며 뻐큐를 날리는 내 모습일 것이다. 난 손가락 욕을 하면서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한다. 악의 없이 가운데 손가락을 뻗을 때 이상하게 웃음이 난다. 그리고 그때 웃음은 정말 내가 봐도 해맑다. 악의가 없는 웃음이다. 소소한 장난으로 이렇게 큰 웃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가성비가 좋은 일이다.
우리는 웃어야 한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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