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소중한 인연이 결혼이라는 생의 중요한 단계를 통과했다. 나이로는 나보다 하나 아래인 친구다. 이 친구는 대학교 밴드 동아리에서 만났다. 한 기수 위의 선배였는데, 과학고를 조기졸업하고 대학을 왔고 나는 대학을 한 번에 못 가다보니, 동생인데도 선배가 되어버린 케이스다.
알고 지낸 지가 벌써 햇수로 13년째가 된다. 대학 시절 동안 추억의 대부분이 밴드 친구들과 쌓은 것들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밤들을 술로 지새웠다. 합주가 끝났다고 마시고, 덥다고 마시고, 그냥 수업 째고 마시고, 여튼 참 많이도 마셨다. 그렇게 젊음을 보내면서도, 또 치열하게 생을 살아냈다.
이 친구는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5년 전 도미를 앞두고, 아직 우리 모두가 20대일 때 조촐한 환송회도 열었던 것 같다. 미국으로 넘어간 이후에는 연에 한 번 얼굴 보기도 힘들게 되었지만, 카카오톡 덕분에 우리의 단톡방은 여전히 시끌벅적하다.
이 친구는 유학 중에 소중한 인연을 만나 1년 여의 연애 끝에 결혼에 이르렀다. 본식은 미국에서 성대하게 진행하고, 한국에서는 친지들을 모시고 스몰 웨딩을 열고, 펍을 하나 빌려 친구들을 위한 결혼 파티를 열었다. 그러니 엄밀하게 말하면, 내가 참석한 것은 결혼식이 아니라 결혼 파티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마치 대학 동창회 모임을 하는 느낌이었다. 격식에 거슬릴 것도 없고, 즐겁게 먹고 마시며, 다시 젊었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앰프와 마이크를 어디서 미리 구해왔는지, 취기가 오르니 다들 흥에 겨워 한 곡조씩 뽑았다. 밴드 모임 아니랄까봐, 다들 세월이 흘러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였다. 나도 흥에 겨워 두어 곡 불렀다. 나 스스로 평가하기는 조금 민망하지만,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상당한 미성이다. 술과 담배를 가까이 해온 세월에 비하면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10여 년 전에는 즐거움을 나누던 사이였지만, 이제는 각자의 길을 묵묵히 나아가는 직업인이자, 금쪽 같은 아이들을 길러내는 부모가 되었다(물론 나는 아니다). 관악을 누비던 때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서울대학교를 다녀서 가장 좋은 점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쉬지 않고 열정적으로 자신의 꿈을 좇아나가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 정말 그것뿐이다. 나 또한 다른 이들에게 그런 모습으로 비춰졌으면 좋겠다.
이 친구가 행복한 결혼 생활을 즐길 수 있길 바란다. 박사과정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미국에서의 커리어도 잘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나의 꿈을 위해 끊임없이 정진해 나갈 수 있는 끈기와 용기를 잃지 않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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