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ain

1st. 22. 07. 10. Sun. 관악산 등정

무소의뿔 2022. 7. 1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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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이라 라이딩에 제한 사항이 많은 여름이다. 하여 서브 유산소 운동을 하나 새로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마침 주말에 날씨가 맑고 화창하여 등산에 도전하였다.

커팅 기간이지만, 전날은 친한 친구의 결혼 파티가 있는 날이어서 열심히 술을 마셨고(이쯤되면, 그런 류의 모임을 은근히 기다리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안주도 넉넉하게 주워 먹었으니 카보 로딩도 잘 되었겠다, 글리코겐과 체지방을 시원하게 태워줄 필요가 있는 일요일이었다.

오전에 2주에 한 번 받는 마사지가 예약되어 있어, 등정은 느지막히 오후에 시작하였다. 처음으로 신림선을 이용해 보았는데, 내가 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행정관까지 지하철역이 뚤린다는 행복한 소식이 은근히 입에서 입으로 회자되었던 기억이 났다. 정말이지 서울대입구역에서 학교로 들어가는 길은 험난했다. 5511과 5513 버스는 배차 간격도 꽤 길어서 한 번 때를 놓치면 십 분 정도 기다리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결국 신림선은 내가 졸업하고도 한참이 지난 후에야 개설이 되었지만, 이미 다 지난 일이라 억울할 것도 없다.

관악산은 꽤나 자주 등정한 경험이 있어서 두렵거나 어려울 것은 없었다. 오히려 등산로 보수 공사가 예전보다 잘 되어 있어 등정이 훨씬 수월해졌다. 바위산답게 예전에는 중간중간 은근한 난코스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제는 그런 난코스 구간에 계단을 설치해 놔서 상당히 등산이 용이해졌다.

연주대에서 내려다 본 과천의 전경과 푸른 대가리

6년만의 관악산 등반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6년 전에 로스쿨 개학을 앞두고 취업 준비 중이던 친구와 겨울 등반을 한 적 이후 처음이었다. 관악산 정기를 받아서인지 친구는 금방 취업에 성공했다. 그 전에는 2009년 재수생 시절에 친구들과 수능 100일을 앞두고 정기를 받는답시고 관악산을 등반한 적이 있다. 그때는 내려가는 길을 잘못 들어서 과천으로 내려갔던 기억이 난다.

지도 앱을 보면서 방향을 탐지하는 나

그보다 더 어렸을 때에는 아버지 손에 이끌려 관악산을 수 차례 왔었다. 아버지는 대학교 산악부 출신이었는데, 30대 때 등산 모임이 정말 잦았기도 했고, 가족끼리도 자주 등산을 갔었다. 심지어 초등학교 5학년 때에는 체험학습 신청을 하고 아빠와 둘이서 설악산을 오르기도 했다. 기상 문제 때문에 대청봉은 아마 못 갔던 것으로 기억하고 소청봉을 다녀왔었을 것이다. 아빠와 함께 올랐던 관악산 등반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새벽 같이 일어나 서울대 공대 뒷길로 해서 연주대로 올랐던 경험이다. 참고로 어렸을 때 나는 별로 등산하는 것을 좋아하진 않았다.

저 넘어로 보이는 동네가 과천이란다. 산과 산 사이의 평지에 건물들이 들어선 모습들을 보니 신기하다. 사람 사는 곳이나 모습이나 결국엔 다 엇비슷하다. 동쪽으로는 하늘이 맑고 서쪽으로는 비구름이 운집해 있어 서쪽은 사진을 굳이 찍지 않았다. 매드맥스 같은 분위기여서 말이다. 저 멀리 서울랜드에서 신나는 EDM이 연주대까지 울려퍼진다.

연주대에 올랐으니 기념 사진을 아니 찍을 수 없다. 표정이 뭔가 어벙벙하지만, 이두근이 잘 발달해 있어서 마음에 든다. 등산화가 따로 없어서 러닝화를 신고 올랐는데, 다음 등반 전에 등산화를 하나 장만해 둬야겠다. 숲길 따라 무더운 햇살도 피하고 계곡물에 발도 담그고, 이래저래 시원하고 치유가 되는 등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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