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hssPGZFrOMk&list=PLib9RkHTGhevNamJGk0TcewvPhcmxCnjM&index=3
아라 자전거길 이후 2주만에 장거리 라이딩을 뛰었다. 이른 장마에 발이 묶였다가, 간만에 갠 하늘을 보고 시원하게 라이딩을 출발했다. 주중까지만 하더라도 주말 내내 비 소식이 예정되어 있어 걱정했었는데, 금요일부터 날이 서서히 개더니 내리 뙤약볕이다.
목동 집을 출발하여 5호선을 타고 왕십리역으로 이동, 왕십리에서 ITX 경춘선을 타고 춘천까지 이동 후 북한강을 따라 하류로 라이딩하는 코스를 기획했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을 통제하기 위해 일요일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해서 미리 ITX를 예매해 두었는데, 다행히 아침에 잘 일어났다.
춘천 가는 기차는 나를 데리고 가네~~ ITX를 처음 타봐서 조금 헤매었다. 일단, 왕십리역은 참 복잡하다. 2호선, 5호선,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 4개 노선이 교차하는 역이라 역사도 되게 넓고 복잡하다. 5호선에서 내려 환승 게이트를 지나 ITX를 타러 경의중앙선으로 갔다. 경의중앙선 플랫폼에서 ITX를 탑승할 수 있는 구조다. 아니 그러면 춘천역에서 내릴 때는 어떡하지? 나는 기차표를 이미 끊었는데? 요금이 더블로 청구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었다.
다행히 담배를 한 대 피우러 개찰구 밖으로 다녀오면서 문제가 해결되었다. 기차표 QR 코드로 플랫폼에 출입할 수 있었던 것!!!!
엄마가 소싯적에 라이딩 취미를 붙인 적이 있어서, 그 유해인 경량 자전거 가방을 챙겨왔다. 닭가슴살과 흑임자인절미 떡, 종주수첩과 고프로 배터리 등을 넣었다. 핸드폰 보조배터리는 안 챙겼다. 멍청! 이 지점에서 이번 라이딩 여행의 특색이 완성된다. 출발 전 바람을 빵빵하게 잘 넣어놓은 자전거 바퀴가 마음에 든다.
ITX를 타고 가면서 5호선에서 자빠져서 빠져버린 체인을 연결했다. 유튜브를 보면서 하니까 의외로 쉽게 연결이 되더라. 기름때는 정말 씻어도 잘 안 지워진다.
9시가 조금 넘어서 춘천역에 도착했다. 날이 맑고 햇살이 뜨겁다. 우선 신매대교인증센터까지 약 6km를 이동해 본다.
도장이 팡팡 잘 찍혀서 기분이 좋았다. 아직 라이딩한지 얼마 안 되서 몸도 뽀송뽀송하고 여러모로 컨디션이 좋았다. 다음 행선지인 경강교인증센터까지 가는 길에 이디야커피에 들려서 핸드폰과 애플워치를 충전했다. 최대한 충전을 많이 하기 위해 체감상 약 40분 정도를 체류했던 듯 싶다. 핸드폰도 없고 워치도 없이 대기하려니 좀이 쑤셔서 몇 가지 인생 계획 세우기와 함께, 카페에 배치되어 있던 이디야커피 대표가 쓴 책을 읽었다. 의외로 경영 관점에서의 소소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경강교인증센터까지는 비교적 코스가 수월했다. 경사가 높지 않아서 적절한 기어 변경만으로 큰 힘 들이지 않고 즐겁게 라이딩을 할 수 있었다. 강변을 따라 쾌적하게 놓인 자전거길을 따라 숲과 강을 즐기며 달리는 즐거운 라이딩이었다.
경강교에서 샛터삼거리까지가 상당히 고됬다. 언덕이 자주 반복되는 구간은 아니었지만, 잔잔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이어지는 업힐 구간이 꽤 여러번 등장한다. 심지어 강촌에서 길을 잘못 들어 헤매는 바람에 2km는 손해를 보기도 했다. 무엇보다 문제인 점은 12시를 지나면서 정말 열사병 걸리기 일보 직전으로 매우 무더웠다는 것이다. 아무리 물을 마시고 얼음물로 체온을 내리려 해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포기란 없다. 끊임없이 냉수와 커피를 수혈해가며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한여름의 뙤약볕도 국토종주를 향한 내 의지를 꺾을 순 없었다. 샛터삼거리에서 밝은광장까지 구간이 힘들었던 점은 최근 장마로 토사가 흘러내려 도로 상태가 좋지 못한 구간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어떤 곳은 도로 훼손 정도가 너무 심해서 계곡의 돌이 다 무너져 내려버린 구간도 있었다. 계곡물에 잠깐 손을 담그는 것으로 기분이나 전환해 보았다. 또, 춘천에서 멀어질수록 코스 안내 표지가 잘 구획되어 있지 않아 교차로에서 길을 헷갈릴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4시간 여만에 70km 북한강 자전거길 종주를 완료했다. 춘천역에서 신매대교까지 가는 길과 이리저리 헤맨 길을 포함해 총 80km를 달렸다. 밝은광장인증센터는 큰 다리 아래에 위치해 있어서 종주를 마치고 땀을 식히기에도 안성마춤이다.
이렇게 라이딩을 끝내고 나니, 내게 남은 것은 6%가 안 되는 배터리 잔량의 핸드폰 뿐이었다. 운길산역을 통해 목동까지 되돌아오는 2시간 길은 정신과 시간의 방 그 자체였다. 무더위가 가장 힘들었던 라이딩이었지만, 이렇게 또 한 코스 클리어했다는데 의의를 둔다. 파란 땀을 송글송글 흘렸던 2022년 7월 3일 일요일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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