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추워서 겨울이 성큼 다가왔나 싶었는데, 오늘은 다시 10월 초로 돌아간듯이 따듯했다. 10시 즈음에 눈을 떴다. 어제 1시 전에 잤는데도 꽤나 피로하다. 며칠 계속 술을 마셔서 그런가보다. 아니면 아직도 몸이 좀 불편해서 밤에 깊이 잠을 못 자서였을까, 그것도 아니면 새벽에 갑자기 귓전에 울린 모기의 날갯짓 소리 때문이었을까. 잠결에 내 볼에 앉은 모기를 손으로 쳐서 던져버렸다. 내 두 눈으로 본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모기였을 그것은 내 볼에서 내 손가락 끝으로 옮겨진 후 침대 구석 어딘가로 던져졌던 듯하다.
어머니가 이미 내려놓은 드립 커피를 텀블러에 옮겨 담고 정수기에서 얼음을 받아 채운다. 30분쯤 컴퓨터를 이리저리 뒤적이다가 씻고 외출을 준비한다. 오늘은 광화문에서 대학 동창의 결혼이 있다. 얼마만에 가는 광화문인가. 거의 1년이 다 된 듯하다. 그때 미팅이 있어서 잠시 들렸다가 예전 직장 동료들과 잠시 커피 타임을 가졌었던게 작년 11월이다. 시간이 참 빠르다.
포시즌스 호텔에서 치뤄진 결혼식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반가운 얼굴들도 많았다. 고맙게도 친구가 꽃잎을 흩뿌리는 역할(?)을 부탁해서 웨딩 1부 말미의 키스타임에 열심히 꽃잎을 뿌려줬다. 왼손에 캐스트를 한 상태지만 멀쩡한 오른손으로 열심히 꽃잎을 키스하는 부부의 위로 흩날려줬다. 친구의 표정은 긴장해서 조금 상기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참 행복해 보였다.
식을 다 보고 나와서, 익선동으로 데이트를 하러 간다는 다른 친구의 뒤를 또 다른 친구와 함께 좇아갔다. 새로 연애를 시작한 그 친구 역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표정으로 만난지 얼마 안 된 여자친구를 맞이하고 있었다. 친구의 연애라는 것은 관음할 만한 몹시 흥미로운 일이다. 사실, 친구가 연애에 임할 때 어떤 식으로 하는지, 어떤 말들을 하는지,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 이유도 없긴 하다. 하지만, 사랑에 빠져 허둥대는 모습을 보고 평생의 놀림거리를 찾고 싶은 마음은 지금이나, 5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매한가지다.
익선동을 뒤로 하고 시청으로 옮겨 와 정동길을 물들인 은행잎을 해질녘까지 바라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곳저곳에서 행복이 충만했다. 깁스를 풀때 즈음 내게도 행복이 살포시 찾아와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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