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이사를 마치고

무소의뿔 2024. 10. 17. 22:31

어제 드디어 이사를 마쳤다. 요새 가을에 걸맞지 않게 모기가 밤마다 기승을 부려 잠을 제대로 못 자는 와중에 아침 일찍 찾아온다는 이사업체를 맞이하려고 오랜만에 알람을 맞추고 일어났다. 미리 짐을 싼다고 싸긴 했는데, 아직 몸이 완전히 편하지 않아서 크게 도움은 안 되었을 것이다.

원룸 이사라고 해도 1년을 살다보니 짐이 이것저것 많이 불어난 게 느껴졌다. 가장 큰 변화는 작년 가을에 구입한 야마하 신디사이저이다. 이제 본가에서도 즐거운 음악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겠다. 재즈 피아노도 다시 배우고, 작곡도 배워볼 예정이다. 어차피 운동도 못 하는데 음악에 좀 매진하는 시간을 보내볼까 한다. 그래서 안 친지 1년이 넘은 기타도 꾸역꾸역 실어 왔다.

돌아와서도 정리할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 잔짐을 풀고, 청소도 하고, 데코 용품들의 배치도 고민해 본다. 익숙한 공간, 이러니 저러니 해도 수십 년을 머물렀던 공간이 갖는 익숙함은 크다. 어떤 꿈과 마음가짐으로 작년 가을 집을 나섰는지, 그리고 지금 또 어떤 생각으로 집으로 돌아온 것인지 곱씹어 본다. 뭐 다쳐서 황망히 돌아온 게 가장 크지만, 그 외에도 어떠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는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본가에서의 삶을 구획해보려고 한다. 너무 늦게 자지 말아야지. 아침 일찍 일어나 간단한 산책이라도 하면서 하루를 시작해 볼까? 취미 활동과 치료 활동도 정기적으로 할 수 있게 시간표를 짜봐야지. 계획을 세우는 단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운 설레임이 있다. 오늘은 디아블로4 증오의 그릇을 플레이하러 근처 PC방도 다녀왔다. 당분간 게임도 내 삶의 일부가 될 것이다.

가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내게는 계절이 새로 시작되는 듯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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