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영화를 보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오지 말아야 할 영화다. 기존 베놈 시리즈 특유의 속도감 있는 전개와 쾌감 있는 액션을 모두 망쳐버린 희대의 졸작이라고 감히 평가하고 싶다. 세계관이 급격하게 확장되었으나 스토리는 그 반의 반의 반도 채우지 못한다. 기승전이 다 별로지만, 결말이야 말로 망작의 주범이 아닐까? 심비오트들은 무력했고, 베놈의 자기희생은 뜬금 없었으며, 장군은 도대체 뭘 한 건지 모르겠다!
웃자고 넣은 씬들이 하나도 웃기지 않은 건 덤이다. 코덱스가 추적 당하면 안 되는데 굳이굳이 첸 아주머니랑 춤을 추겠다고 나오는 베놈이나, 밑도 끝도 없이 라스베가스에서 슬롯 머신을 땡기고 있는 첸 아주머니나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전개였다. 베놈 특유의 장점들이 모두 휘발되어 버린 괴작이 아닐 수 없다.
애초에 우주의 창조신이라고 나온 놈이 위엄도 없고 목적의식도 없고 뭐 그냥 설명이 없다. 워크래프트의 아다스를 연상케 하는 비쥬얼도 다소 실망의 포인트였다. 영화적 상상력의 빈곤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더 고차원적인 존재를 설정으로 끌여들어올 때는 그에 걸맞는 개연성이 부여되어야 한다. 베놈 오리지널에서는 외계의 존재 심비오트가 처음 나왔고, 속편에서는 악당 심비오트가 처음 나왔는데, 이제 3편에서는 심비오트에 적대하는 제노페이지가 등장한다. 갑자기 등장해서 갑자기 다 때려부수더니 베놈의 숭고한(?) 자기희생으로 모두 처리된다. 이게 끝이다, 정말. 용두사미 그 자체다.
Maroon5의 memories와 함께 뉴욕을 거닐며 베놈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에디의 모습을 조명하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정말 뻔하고, 신선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연출이다. 매우 아쉬웠다. 그나저나 남자들의 우상이었던 톰 하디가 부쩍 늙은 모습으로 등장해 마음이 짠했다. 세월 앞에 장사가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