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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 100대 명산] [010] 제주 한라산 2024. 6. 4. 화

무소의뿔 2024. 6. 8. 16:08

백수가 된 6월이다. 시간 여유가 많은 김에 멀리 있는 산을 오르기로 했다. 바로 제주도의 한라산이다. 2022년 가을 아빠와 함께 백록담을 올랐었지만, 그때는 블랙야크를 알기 전이라 GPS 인증을 안 했다. 이번 참에 확실히 GPS 인증을 하기 위해 제주 여행의 시작을 한라산으로 정했다.

김포에서 제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절반쯤 왔을 때 아래를 내려다보니 몇주 전 들렸던 고군산군도가 펼쳐진다. 장자도와 관리도, 방축도, 신시도.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섬이었다.

이렇게 예쁜 구름 무리도 볼 수 있었다.

게스트하우스에 체크인을 하고 간단히 저녁을 먹고 근처 서점에 들려 책을 한 권 샀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므로 오늘은 빨리 잠을 청했다. 아침에 일어나 숙소 근처의 꽈배기 가게에서 꽈배기를 5개 샀다. 한라산을 오를 때 필요한 탄수화물의 공급원이다.

2022년 가을 아버지와 한라산을 오를 때에는 관음사에서 등산을 하여 성판악으로 하산을 하였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성판악에서 등산을 시작하고 관음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한라산을 탐방하는 다른 코스도 있지만, 백록담으로 갈 수 있는 코스는 관음사와 성판악 두 개가 유일하다.

성판악 입구에서 백록담까지는 9.6km 거리이다. 관음사 코스보다 약 1km 정도 더 길다.

등산 시작하고 얼마 안 가 해발 800m 표지석이 있다. 백록담이 있는 곳 해발고도가 1,950m이니까 약 1,100m를 오르는 셈이다.

초반 구간은 경사가 완만해서 트레일 수준이다. 금세 해발 900m 표지석에 도달하였다.

곧바로 등장한 해발 1,000m 표지석이다. 

성판악 입구에서 속밭대피소까지는 어려울 것이 없이 수월한 구간이다. 경사가 급하지 않아 1시간 정도면 충분히 속밭대피소에 이를 수 있다. 아침에 산 꽈배기를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백록담으로 곧장 갈 수도 있었지만, 사라오름 구경도 해보고 싶어서 체력을 조금 투자해서 사라오름 전망대로 향했다.

사라오름에는 이렇게 얕은 호수가 형성되어 있다. 해발 1,000m의 호수가 주는 묘한 매력이 있다.

날이 좋아서 사라오름 전망대에서 제주의 서쪽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이렇게 보면 한라산은 해발 1,000m 구간까지는 상당히 경사가 완만해 보인다. 지금처럼 산간도로가 뚫리지 않은 시절 동안 서귀포와 제주를 해안선을 따라 오갔을 옛 제주 사람들의 모습을 잠시 상상해 본다.

사라오름을 다녀오고 다시 힘을 내서 걸음을 재촉한다. 금새 또 해발 1,300m 표지석에 도달하였다.

본격적으로 등산의 난이도가 올라간다. 진달래밭 대피소에서 하절기 기준 오후 1시에 등산로를 통제한다.

해발 1,400m 표지석을 지난다.

꽤 시간이 걸렸지만 12시 전에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하였다. 9시부터 산행을 시작하였고, 사라오름을 다녀오느라 30분을 투자했으니, 등산 속도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남은 꽈배기 3개를 다 먹어치우고 탄수화물을 빠르게 보충한 후 백록담을 향해 나아가본다.

해발 1,600m 표지석을 지난다. 이제 해발고도가 제법 높아서 꽤 바람이 매섭다. 100m를 오를 때마다 기온이 1도씩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이제 1.5km만 더 가면 드디어 정상이다.

백록담에 가까워지면 볼 수 있는 한라산의 고목. 재작년 등산 때는 고목만 휑하게 펼쳐졌었는데, 초여름의 푸르름은 정상까지 초록으로 강하게 물들인다.

해발 1,700m 지점까지 왔다. 이제 정상까지는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 백록담을 바라보면, 아직도 참 많이 남은 것 같이 느껴진다.

백록담을 200m 앞두고 있는 데크 길에서 정상의 반대편을 바라본다. 높은 산에 오르면 느낄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는 나보다 낮은 곳에서 흘러가는 구름 무리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다.

드디어 도착한 한라산 정상!!!! 평일이라 그런지 다행히 백록담 사진 대기열이 그리 길지 않았다. 재작년 등정 때는 거의 1시간을 기다렸었는데, 오늘은 20분도 안 걸렸다. 뒷사람에게 부탁해 기념 사진을 남겨본다.

오늘은 시야가 좋아서 백록담을 잘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운이 좋은 게 조금이나마 물이 차 있는 백록담을 볼 수 있었다는 것!!! 이건 정말 큰 행운이다. 이렇게 맑은 날에 한라산을 등정할 수 있었다는 그 자체가 행운이다.

관음사 코스로 하산을 하면서 백록담을 담고 있는 분화구를 사진으로 남겨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 산행은 날씨가 다 했다.

버스를 몇 번 환승해서 다시 제주 시내로 들어왔다. 성판악으로 갈 때는 환승 없이 한 번에 편하게 갈 수 있었는데, 올 때는 환승을 해야 해서 다소 번거로웠다. 그래도 버스 대기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후배에게 추천 받은 ‘미미국수’에서 오늘 산행의 대가로 맛있는 저녁을 먹는다.

고기국수를 먹을까 하다가 ‘미미국수’라는 자신의 가게 이름을 걸고 내는 국수가 있길래 그것을 주문해서 먹었다. 우동 같은 느낌의 국수였고, 멸치육수가 훌륭했다.

돔베고기도 주문해서 단백질도 보충해준다. 이렇게 나의 두 번째 한라산 등정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