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ing/Seoul

미슐랭 받은 광화문 국밥집 - 광화문국밥 (★★★★☆)

무소의뿔 2022. 11. 24. 14:57

지역의 이름을 걸고 장사를 한다는 것은 두 가지 중 하나이다. 정말 그 지역을 대표할 만큼 맛에 자부심이 있거나, 아무 생각이 없거나. 광화문국밥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지만, 점심에 헬스장을 다니는 나로서는 1년 중에 점심 식사를 하는 날을 손에 꼽는다. 그렇다고 퇴근하고도 광화문 일대에 머무는 것은 심정적으로 도저히 용납이 안 되고, 주말에 서울 4대문 안으로 가는 것 역시 출근하는 기분이 들어서 싫다. 오랜만의 점심 약속 때문에 헬스를 하루 걸렀고, 그 덕분에 광화문국밥을 드디어 영접할 수 있었다.

2020, 2021, 2022 3개년 연속으로 미슐랭 가이드를 받았다. 2023년도 가이드도 이미 받은 상태라서, 맛에 대한 걱정은 덜어 놓은 상태. 11시 30분에 갔는데도 웨이팅이 있을 정도이니, 광화문러들의 신임을 한껏 받고 있는 국밥집에 틀림이 없다.

오른쪽은 저녁 술안주고, 왼쪽이 점심 식사 느낌이다. 돼지국밥과 돼지수육을 주문했다.

간결한 기본 세팅. 특별한 건 없었는데, 새우젓이 맛이 의외로 훌륭했다.

돼지수육 작은 접시. 정갈하게 올려져 내오는 것이 아주 마음에 든다. 얇게 썰어내는데, 삶은 고기임에도 퍽퍽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부드럽다. 왜 미슐랭을 받았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맛.

윤기 흐르는 것 보소. 살코기와 지방층의 조화도 훌륭하고, 특히 수육에서 흔히 나기 마련인 잡내가 전혀 없이 깔끔한 맛을 선보인다는 데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건 돼지국밥.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부산/경남식 돼지국밥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맑은 국물에 돼지수육과 동일한 수육이 들어가는데, 설렁탕에 가까운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 시원하고 깊이 있는 국물 맛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국밥으로 나온 수육은 육수에 계속 잠겨 있어서 아무래도 단품 요리로 나오는 수육보다 촉촉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광화문국밥은 달랐다. 쫄깃한 식감이 잘 유지되고 있었다. 광화문국밥을 영접한다는 설레임에 대낮부터 시원하게 소주도 한 병 깠다ㅎㅎㅎ 하지만 다 먹고 나니, 소주 없이 깔끔하게 국밥과 수육을 즐겼으면 더 좋았겠다는 평이다. 그만큼 정갈한 맛이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