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아빠 환갑 기념 가족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다. 원래 아빠 생신 당일에 소공동 롯데호텔의 중식당인 '도림'을 점심 타임으로 예약해 두었는데, 가족 간의 miscommunication으로 저녁 타임인 줄 알고 아빠가 다른 중요한 점심 약속을 잡아놓아버린 상태. 망연자실했지만 어쩔 수 없이 새로 날짜와 식당을 골라야 했는데, 주변의 추천을 받아 합정에 위치한 '우마담'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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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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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마카세는 올 어버이날에 한번 부모님을 모시고 간 적이 있었다. '모도우'라는 한우 코스 요리 전문 체인이었는데, 사실 코스 요리를 내는 레스토랑의 느낌이 강했고, 오마카세 느낌은 조금 덜했다. 그래서 바 테이블에 앉아 먹으면서 오마카세 느낌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었는데, 이번이 딱 그랬다. 십여 석 좌석이 있는데, 우리 빼고는 다 커플이었다. 와우!
2022년 11월까지는 1인 코스로 12만원인데, 12월부터는 14만원으로 인상된다고 한다. 미친 물가상승률!!!! 그래도 압구정의 다른 우마카세에 비하면 가격이 꽤나 합리적인 편이다.
식사와 함께 곁들일 화요도 주문했다. 글라스 잔이 꽤 크고 묵직하다.
소금, 트러플 소금, 와사비 그리고 홀그레인 머스타드. 디스플레이가 정갈한 게 마음에 든다.
코스를 시작하기 전에 코스에 쓰일 한우를 미리 접시에 담아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마블링이 참 훌륭하다. 안심, 등심, 새우살, 안심추리 그리고 갈비살이 오늘의 요리로 등장할 예정이다. 정해진 메뉴가 따로 없고, 날마다 구성이 달라지는 듯하다.
애피타이저로 3가지 요리가 나왔다. 김부각 위에 고추장육회와 성게알을 올린 것과, 계란찜 그리고 크로켓이 나왔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먹으라고 했는데, 세 가지 다 매력적인 맛이었다.
설깃살이라는 특수부위를 편썰기하여 그 위에 채소와 과일등을 올린 요리이다. 유자 드레싱의 상큼한 맛이 기억에 남는다.
첫 구이 메뉴로는 안심과 안심추리를 내왔다. 테이블에 화로가 같이 있고 직원이 직접 구워준다. 그래서 한우의 맛을 아주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잘 구워준다. 전반적으로 고기가 아주 부드러웠던 게 인상적인데, 수입소를 구우면 안심이나 등심이 꽤나 질기다고 느껴지는데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왼쪽이 안심이고 오른쪽이 안심추리인데, 안심은 고소하고 안심추리는 씹는 감이 더 훌륭했다.
다음으로는 등심을 구워준다. 등심은 안심보다는 훨씬 지방조직이 적은데, 부드럽고 고소한 느낌은 안심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놀랐다. 좋은 고기를 쓴다는 걸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걸 부르는 이름이 있었는데 까먹었다. 여기에 등심을 한 점 올려서 먹으면 와우... 정말 맛있었다!!!
초를 베이스로 한 육수에 담근 메밀면으로 입을 한 번 헹군다. 다음 요리에 앞서 입을 개운하게 해준다.
이건 무슨 살이었을까... 메뉴를 내주면서 설명을 해주시는데, 기억이 안 난다. 맛은 기억이 난다. 안심보다 훨씬 부드러웠고 지방의 맛이 살아있었다. 고소함이 강조된 그런 맛!!!!
캐슈넛으로 만든 무스 위에 한우 떡갈비와 꽈리꼬추 구이를 올리고 그 위에 다시 파마산 치즈를 더했다. 떡갈비도 물론 훌륭했지만, 캐슈넛 무스가 특히 훌륭했는데, 견과류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도 크게 거부감이 들지 않는 오묘한 맛이었다.
마지막 구이 요리는 새우살이다. 소의 립아이의 알등심살을 감싸는 둥근 새우 모양의 특수부위인데, 예전에 새우살을 전문으로 하는 고깃집에서 구워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물론, 훨씬 더 고기의 질도 훌륭하고 굽기는 더더욱 훌륭했다.
식사로는 밥 1/4 공기를 말아내온 설렁탕이다. 위에 편육 같은 소고기가 한 점 올려져 있고, 그 위에 계란지단으로 고명을 냈다. 국물 맛이 기억에 특히 남는데, 일반적인 설렁탕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맛이었다. 고소함이 극대화되어 있고, 상당히 진한 느낌의 국물이었다. 만족스러웠다.
설렁탕과 함께 간단히 즐길 수 있도록 갈비살을 2점 구워준다. 양념 맛으로 먹는 갈비가 아니라 고기 자체에 감동하게 되는 그런 맛이다.
마지막 디저트까지 즐기고 나면 코스가 마무리된다. 코스 요리를 다 소화하는데 약 1시간 정도가 걸렸는데, 코스의 구성이나 전반적인 음식 수준 모두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20만원대가 아닌 12만원의 합리적인 가격으로 이 정도의 퀄리티를 뽑아낸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비록 며칠 뒤부터는 14만원이지만... 아주 만족스러운 우마카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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