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탓에 대회가 끝난지 1달 반 여가 지나서야 대회 후기를 남긴다. 지난 1년은 대회 준비에 정말로 여념이 없는 시간들이었다. 2021년 9월에 손목 인대 부상을 당하고 1달 정도를 쉬다가 2021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웨이트를 시작했다. 그 전에도 틈틈이 웨이트를 해오긴 했지만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하지는 못 했었다. 그래서 웨이트를 해 온 기간에 비해 바디 컨디션이 썩 좋다고 하기는 어려운 편이었다.
대회 준비를 결심하면서 주 6회 웨이트수행을 시작했다. 코로나 창궐로 인해 재택근무 일수가 늘어난 덕분에 가능했던 루틴이었다. 등과 어깨, 가슴과 팔, 하체, 이렇게 3분할로 주에 2회씩 트레이닝하는 루틴이었는데, 5분할 루틴을 다듬어서 각 부위별로 주에 2회씩 단련하는 식이었다. 복근은 레그 레이즈와 크런치를 마무리 종목으로 주 6회 수행하였고, 커팅 기간 동안에는 행잉 레그 레이즈와 사이드 크런치를 추가해서 수행하였다.
2021년 11월부터 2022년 5월까지를 벌크업 기간으로 가져가고, 2022년 6월부터 2022년 9월까지를 커팅 기간으로 가져갔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커팅 기간을 다소 길게 가져갔는데, 원래 가지고 있던 체지방량이 꽤 되는 편이었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벌크업 기간 동안 운동량은 충분히 소화할 만한 수준이었는데, 커팅 기간이 지속되는 동안은 유산소 운동을 추가적으로 더 해줘야 해서 꽤 많이 힘에 부쳤던 기억이 난다.
유산소 운동으로는 사이클을 주로 많이 탔다. 이 기회에 국토종주 자전거길 종주도 마쳤다. 총 연장 약 1,700Km 거리를 자전거로 누비며 전국을 유랑했다. 의미 있는 도전이었고, 값진 성취였다. 퇴근 후의 시간이나 주말을 활용해 자전거로 배달 알바도 했다. 용돈도 꽤 많이 벌었고, 실제로도 체지방도 꽤나 태울 수 있었다. 배불리 먹고 편하게 쉬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 생각해보니, 꽤나 진지하게 치열했던 시간들이었다.
벌크업 기간에는 일일 섭취 칼로리 목표를 2,700Kcal로 설정하였는데, 나름 낮 시간 동안에는 클린하게 식단을 가져간다고 가져갔지만, 저녁 시간이 항상 문제였다. 술과 안주 때문에 정말 제대로 된 클린한 벌크업은 이루어지지 않은 듯 하다. 벌크업 기간 동안 매달 1 ~ 1.5kg 정도 체중이 증가했는데, 최종적으로는 92kg를 만들었다. 근육량은 약 42kg, 체지방량은 약 22kg 정도였다.
커팅 기간 동안은 2주 단위로 섭취 열량을 300Kcal씩 줄여나갔다. 2,400Kcal, 2,100Kcal 이런 식으로 줄이다가 나중에는 900Kcal까지 줄어들었고, 대회 직전에는 무탄을 3일 정도 짧게 가져갔다. 수분 조절도 했는데, 정말 대회 막바지에는 무탄과 수분 조절이 같이 들어가니까 지옥과도 같았다. 항상 먹은 게 없어서 기력이 없었고, 손 끝이 저린 증상까지 나타났다. 기립할 때마다 머리가 핑 도는 듯 했고, 담배로 겨우 버텼던 것 같다.
대회 당일 바디 컨디션은 근육량 35.8kg, 체지방량 3.0kg 정도였다. 5% 미만의 체지방률이었는데, 살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달성하는 체지방률일 것이다. 확실히 체지방률이 8% 미만으로 접어드니까 데피니션이 잘 나오는 게 느껴졌다. 4달의 커팅 기간 동안 근육량 6kg를 손해보면서 체지방량은 19kg 정도를 날려버렸다. 이 비율을 잘 기억해두어서 다음 번 커팅 때 식단과 운동에 참고해야지.
웨이트는 정말 구력 싸움인 것 같다. 물론 애초부터 수상을 기대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 하지만 대회장에서 마주친 나보다 훨씬 벌키한 선수들의 몸을 볼 때마다 조금씩 움츠려드는 마음이 드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뭐 어쩔 도리가 없다. 내게 주어진 몫을 밟아나간다는 마음으로 대회장에서 그 동안 준비했던 포즈들을 마음껏 펼쳤다. 후련했다. 1년 간의 노력은 이 1분을 위한 것이었다.
1년 동안 대회 준비를 하면서 가장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은 담당 트레이너인 윤광원 트레이너님이다. 원래 집 앞 헬스장에서 트레이너로 일하고 계셨고, 2020년부터 PT로 인연을 맺어왔었는데, 2021년 연말 촬영을 목표로 바디프로필을 다시 도전하려다가 윤광원 코치님의 설득(?) 덕분에 대회 출전이라는 내 인생에 전무후무한 도전을 할 수 있었다. 2022년 봄에 강남에 따로 PT샵을 차리느라 거리가 멀어졌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강남까지 가서 레슨을 받고 바디를 점검하고 준비 일정을 상의하였다. 정말 자신이 대회에 출전하는 것처럼 도움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고마운 분이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9월 한 달 동안은 압구정에서 따로 포징 레슨을 받았다. 이국영이라는 스포츠모델 겸 트레이너 분한테 레슨을 받았는데, 내가 워낙 춤에 소질이 없고 또 따로 춤을 춰 본 경험도 없었어 처음에는 고생을 꽤나 했다. 그래도 꾸준히 레슨과 연습을 이어가니 무대에 서기에 부족함이 없는 포즈가 완성되었다. 레슨비는 꽤나 비쌌지만, 그만한 값어치는 있었다고 본다.
엄마, 아빠 그리고 코치님과 함께 찍은 기념 사진. 무엇보다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것은 우리 엄마와 아빠다. 어떤 마음으로 내가 이 대회를 준비하는지, 어떤 어려움과 힘듦을 겪는지 옆에서 다 지켜보면서 안쓰러워 하면서도 끝까지 응원해주셨다. 특히 엄마는 때에 맞춰 닭가슴살과 오트밀, 저지방우유 등 식단에 부족함이 없게 도움을 주셨다. 영양이 보디빌딩의 8할이니 엄마가 내 대회에 80%는 기여한 셈이다.
이제는 대회 때보다 몸무게도 12kg 이상 불었다. 막판 극단적인 단수를 고려하더라도 10kg 정도는 체중이 붙은 셈. 1달 반 동안 너무 잘 먹어서 근육량보다 체지방량이 쑥쑥 붙고 있어 조금 걱정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꾸준히 웨이트를 하고 있고 식단도 낮 동안은 최대한 클린하게 가져가려고 노력 중이다.
앞으로 대회에 또 출전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일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은데, 여기에 다시 한 번 대회를 위해 가혹한 식단과 일상 및 관계의 포기를 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어려운 결정일 것이다. 한 번 경험해봤기 때문에, 더 미련도 없다. 앞으로는 잘 먹고 잘 운동하면서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하게 몸을 관리하며 키워나가는 것에 초점을 두고 운동을 할 예정이다.
또 웨이트만이 유일한 운동은 아니다. 다양한 운동 목표를 하나씩 달성해 나가보면서 얼마 남지 않은 (?) 나의 젊은 시간 동안 다양한 성취를 경험해 보고 싶다. 즐거운 도전이었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사무치게 힘들고 외로울 때도 있었지만, 그 모든 과정 또한 이제는 추억이 되었다. 그 추억을 발판으로 나는 또 다른 여정을 떠날 것이다. 어떤 여정이든지 항상 즐겁고 건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