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카이 여행 2일차는 호텔 조식과 아침 수영으로 시작했다. 풀 억세스의 최대 장점을 십분 활용하였는데, 식사만 마치고 바로 수영장으로 풍덩 뛰어들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편리하던지. 확실히 조금 더 투자하더라도 리조트는 풀 억세스로 잡는 게 여러모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호텔에서 수영하고 놀고 쉬며 오전을 보내다가 12시에 패러세일링을 하기 위해 화이트비치로 나왔다. 패러세일링 전 잠깐 화이트비치를 거닐며 시간을 보냈다. 대회 끝난지 5주밖에 안 되었는데 복근은 이미 추억이 되어버렸구나. 2년만에 수영복도 꺼내 입었다. 화이트비치는 한낮에 가면 조금은 비릿한 바다내음이 쎄게 날 때가 있어서, 아예 아침에 가거나 해질 무렵에 가는 걸 추천한다.
12시에 패러세일링을 떠났다. 미리 예약해둔 한인 현지 업체를 통해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보자무싸’라는 업체였는데, 보라카이 한인 액티비티 대장인 듯하다. 패러세일링은 살면서 처음 해 보는데, 배에 낙하산처럼 생긴 기구를 매달아 놓고 바람의 힘으로 하늘을 날 수 있는 액티비티이다. 패러글라이딩과 비슷한데, 확실히 바다 위를 난다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처음 떠오를 때는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이내 적응을 했다. 아래를 보니 족히 30m 높이는 되어 보이는 하늘을 날고 있었다. 바다는 푸르고, 하늘도 푸르렀다. 늘 두 발을 땅에 딛고 사는 사람으로서 하늘을 난다는 감각은 언제나 낯설지만, 또 언제나 설레인다.
패러세일링을 마치고 다시 호핑투어로 이동하길 기다리면서 화이트비치에서 급하게 맨몸운동을 하고 보트에 올랐다. 햇볕이 너무 세서 편하게 입었다 벘을 수 있는 하와이안 셔츠를 하나 사고 싶었는데 제대로 된 제품이 없어서, 길거리 상점에서 400 페소를 주고 나시를 하나 구매했다. 지금 환율로 치면 9,200원 정도가 되는데, 나중에 나시를 구매한 다른 여행객에게 물어봤더니 자기는 80 페소 주고 샀다고 했다. 물론 제품이 다르긴 하지만, 흥정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호핑투어는 대략 이런 개념이다. 2층 짜리 꽤 큰 배인데, 각종 해양 레저를 종합적으로 즐길 수 있는 투어 상품이다. 약 3시간 반 동안 진행되는데, 그 시간 동안 스노클링, 카약, 다이빙, 미끄럼틀, 스피드보트 등 다양한 레저를 모두 즐길 수 있다. 중간중간 맥주 타임도 있고, 과자와 현지 열대 과일 그리고 라면까지 세팅해 준다. 그야말로 먹고 마시고 노는 투어이다. 배 끝에는 포토스팟이 있어서 기분 내키는 대로 허세샷도 한 방 남겨보았다.
2층에 올라 맥주를 마시며 바다에 취해 술에 취해~~ 이렇게 허세샷을 또 남긴다.
겁이 많은 나지만 보라카이니까 용기를 내서 뛰어본다. 같이 지켜보는 친구가 있어서 한층 더 허세를 부리고 다이빙을 했다. 구명조끼를 꽉 조이지 않아서 다이빙 후 버클이 다 풀어졌는데, 염도가 높아서 몸은 물에 금방 잘 떴다. 수심은 10m 정도인데, 구명조끼가 있어서 물을 크게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면 해양 레저를 즐기기에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 다이빙을 위해 허공으로 점프할 때의 그 느낌이란 정말, 낯설다. 하지만 그게 바로 또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는 액티비티가 줄 수 있는 고유한 맛이겠지. 찰나와 같은 순간 동안 추락하는 그 느낌, 그리고 곧이어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바다에 풍덩 빠져드는 느낌, 그리고 물 위로 솟구쳐 올라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소금물을 뱉어내는 그 맛까지. 아직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이번 보라카이 여행에서 찍은 사진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컷이다. 해질녘의 보라카이는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에 묘한 떨림을 일으킨다. 해가 수평선 너머로 사라져가며 시시각각 변해가는 바다와 하늘의 질감은 화가가 아닌 나에게도 어떠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것만 같다. 해가 다 지고 어둠이 나리기 전, 그 짧은 사이 바다와 하늘이 만나 연보라빛으로 타오른다. 그 순간을 운 좋게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고즈넉함, 평화로움, 따듯함, 안도감, 안정감, 황홀감, 뭐 이런 것들이 두서 없이 연상되는 보라카이의 일몰과 함께 호핑투어를 기분 좋게 마쳤다.
호핑투어를 마치고 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늦은 저녁을 먹으러 다시 화이트비치로 나왔다. 우리가 선택한 저녁 메뉴는 디몰 내부에 위치한 ‘발할라’였다. 평이 좋은 비스트로였는데 나쁘지 않은 가격에 질 좋은 스테이크를 내왔다.
머쉬룸 스프와 어니언 스프, 그리고 티본 스테이크와 램 찹을 시켰다. 램 찹은 내 입맛에는 조금 비릿해서 그닥 끌리진 않았지만, 티본 스테이크의 퀄리티만큼은 정말 최고였다. 미디움 레어로 주문했는데 굽기의 정도도 알맞았고 시즈닝도 훌륭했다. 예전에 누군가가 프렌치 비스트로가 얼마나 음식을 잘 하는지를 보려면 어니언 스프를 시켜보면 알 수 있다고 말해줬었는데, 어니언 스프도 훌륭했다. 다만, 필리핀이라 그런지 전반적으로 (발할라뿐만 아니라 다른 가게들도 마찬가지로) 음식이 조금 짠 편이긴 하다.
발할라를 나와서는 화이트비치에 있는 아무 마사지샵에 들어가서 한 시간 동안 졸면서 마사지를 받았다. 그러고 ‘니기니기’라는 레스토랑으로 다시 가서 맥주와 이런저런 안주를 시켜 먹었다. 그야말로 먹고 쉬고 자고 놀고의 무한 반복이다. 이게 동남아 휴양의 참맛이라면 또 참맛이다. 그렇게 기분 좋게 흥건히 술에 취한 채로 보라카이에서의 이틀차의 밤이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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