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가족 여행 3일차는 아빠에게는 여행의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아빠는 조직의 장이라서 평일에 연차를 쓰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일요일인 여행 3일차를 끝으로 먼저 서울로 올라가고, 나와 엄마는 남아서 남은 여행 일정을 채우기로 미리 정하고 여행을 떠나왔다. 3일차는 조금 멀리 제주의 서쪽을 여행했다. 먼저 들린 곳은 월령선인장군락지.
멕시코에서부터 선인장 씨앗이 해풍을 타고 날아와 여기 제주에까지 자생적으로 뿌리내려 군락을 이뤘다고 한다. 저 열매가 바로 백년초 열매라고 한다. 식물에는 딱히 취미가 없지만 걷기를 좋아하는 엄마와 아빠를 위해 특별히 추천 받은 코스.
선인장군락을 배경으로 엄마와 아빠의 투샷을 담아보았다. 아빠만 선글라스를 챙겨와서 엄마가 한마디 핀잔을 보탰다. 여행 내내 날씨가 맑아서 배로 기분이 좋다.
젊은 친구들이 많이 찍는 백샷으로도 한 컷 담아보았다. 아침 커피를 꼭 마셔야 하는 나를 위해 군락지 근처의 카페에서 취향에 맞게 한 잔씩 음료를 주문했다.
신창풍차해안도로를 지나 차귀도에 도착했다. 미리 배낚시를 예약해두었는데, 예전에 차귀도에서 배낚시를 했던 게 참 재밌었던 기억이 있어서 부모님께도 같은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한 가지, 멀미를 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왠 걸. 제일 정신이 혼미했던 건 본인이었고, 두 분은 참 만족스러워했다.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가장 잘 다녀온 관광 코스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두 분 다 낚시에는 별 취미가 없지만, 막상 배에 올라타니 즐겁게 낚시에 임했다. 나는 가장 작은 잡어 한 마리를 잡고 지쳐서 포기하고 찍사나 충실하게 하기로 했다. 통통배 안에서 두 분이 함박웃음을 짓는 사진을 많이 건져서 뿌듯하다.
여럿이서 잡은 물고기들을 즉석으로 선상에서 회를 떠줬다. 배불리 먹을 양은 아니고 돌아가면서 맛만 보는 정도이다. 그런데 역시 잡어라 그런지 상당히 비렸다. 사람들이 찾는 생선은 다 이유가 있구나!!!!
즐겁게 배낚시를 마치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차귀도 바로 근처의 용수항에 위치한 용수국수를 찾아갔다. 이 집은 보말칼국수를 잘 한다고 해서 셋이 모두 똑같이 보말칼국수를 주문했다. 특별히 엄청난 맛은 아니지만 개운한 게 점심으로 훌륭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차귀도 근처의 수월봉으로 갔다. 수월봉 자체는 전망이 좋다는 것 말고는 특별할 게 없었는데, 바로 근처의 지질공원이 특색이 있었다. 화산재가 퇴적하여 형성된 지층이 고스란히 드러난 지질학적으로 귀중한 곳이라고 한다. 공원을 걷는 것도 좋았지만, 엄마와 아빠의 함박웃음을 보는 건 더 좋다.
막간을 이용해 2030에게 핫한 애월에 두 분을 모시고 갔다. 요새 친구들이 어떻게 노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애월에는 (이제는 아니지만) 그 유명한 GD 카페인 몽상 드 애월이 있고, 그 외에도 뷰가 훌륭한 카페가 즐비하다.
물론 몽상 드 애월의 가격은 참 사악하다. 라떼 한잔에 8,500원이라니!!!! 500원만 보태면 목동의 명물 만복순대국 1그릇 값이다. 그래도 뷰값이라고 생각해야지 뭐.
바닷바람이 춥다고 엄마와 아빠는 카페 안으로 들어가고, 나 혼자 이렇게 셀카도 남겨보았다.
아빠의 마지막 식사는 회로 정했다. 미리 검색해 둔 ‘고등어회결사’라는 하귀리 고등어회 맛집으로 갔다. 애월에서 공항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서 동선에도 딱 맞았지. 고등어회는 정말 오랜만에 먹는데, 사실 너무 오랜만이라 고등어회의 맛이 기억이 안 났다. 그런데 여기 고등어회는 진짜 정말 너무 맛있었다. 고등어와 한치 세트를 주문하려고 했는데 한치가 동나서 고등어와 방어로 내왔는데, 두 종류 생선 모두 참 만족스러웠다. 아빠는 혼자서 기어이 한라산 한 병을 다 비웠다. 나는 운전을 해야 해서 마시지 않았고, 아빠에게 이제 나이를 생각해서 술을 좀 줄이라는 애정어린 핀잔을 건넸다.
이렇게 우리 가족의 제주 여행 3일차가 끝이 났다. 아빠를 공항에 내려주고 엄마와 나는 중산간도로를 넘어 서귀포로 향했다. 내일부터는 엄마와 나만의 오붓한 데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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