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강동구로 술을 마시러 가보았다. 서울의 서쪽에 뿌리박고 살아온지 30여년. 강의 동쪽은 아직도 내게 너무 낯설다. 강동 쪽에는 천호동이 유명한 번화가에 먹자골목이라는 이야기만 어렴풋이 들어왔을 뿐인다. 한주. 이름부터 韓酒이다. 가게 이름에서부터 한국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
크지 않은 가게이고, 안주 종류도 많지 않다. 자신 있는 몇 종으로 승부를 보는 찐맛집 스멜이 벌써 난다. 이 집에서는 스지 수육과 부추전이 진리라는 추천을 받아, 정석 코스대로 간다.
주류 메뉴는 특별할 것은 없었다. 18일 간의 음주 대장정의 마지막 날이라 이미 간이 사망 직전에 이르른 상태라, 가볍게 청하로 달려본다.
12시가 다 되어가는 늦은 시간이었는데도 많지 않은 테이블이 모두 만석이었다. 한주를 포기할 수 없어서 악으로 깡으로 야외 테이블에 자리 잡았는데, 밤공기가 꽤나 쌀쌀했다. 테이블 세팅을 마치니까 실내 테이블 자리가 금방 나와서, 자리 이동을 요청 드렸는데, 한번 착석하면 좌석 이동이 안 된다는 원칙을 서버 분이 계속 강조하였다. 원칙은 참 중요하지만, 상황에 맞는 탄력적 운영 또한 삶의 중요한 지혜 중에 하나다. 시간은 12시가 다 되어가고, 수요일이고, 1시에 주방 마감에 2시에 영업 마감인 가게에, 새로 올 손님을 위하여 원칙을 고수할 것인지, 유도리를 발휘할 것인지의 선택의 기로에서 서버는 원칙에 집착했지만, 가게 사장님은 융통성을 발휘하였다. 서버 분의 고집에 살짝 기분이 상할 뻔 했지만, 사장님의 배려 덕분에 마음이 풀어졌다.
소고기 스지 수육. 플레이팅 자체도 참 이쁘지만, 국물 맛이 더 훌륭하다. 푹 삶아져서 고기는 참 부드러웠고, 스지는 탱글탱글했다. 육수는 정말 감질맛이 도는 게 끊임없이 마시게 된다. 과하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게 끊임없이 넘어가는게 진짜 물건이다.
스지 수육보다 더 놀랍다면 놀라운 메뉴가 부추전이다. 전인데 밀가루가 거의 들어가지 않고 부추 자체를 튀겨낸 느낌이라 헤비하지 않으면서도 고소하고 바삭한 식감에 두 번 놀라게 된다. 오징어도 간간이 들어가 있어서 씹는 맛이 일품이다. 전요리는 언제나 헤비하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한주의 부추전은 달랐다. 사실 부추전이라기보다는 부추튀김에 가까운 요리이다.
요래요래 이쁘게 잘라서 한 조각 입에 넣으면 바삭한 부추의 튀김옷이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싱싱한 간으로 찾아왔었더라면 술을 몇 병은 더 부셨을 훌륭한 안주이다. 다음 번에 다시 오게 되면 다른 메뉴에도 도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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