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부산에서 귀한 손님이 서울까지 친히 방문하셨다. 어디로 모실까 고민하다가 몇 가지 선택지를 제안했고, 잠실 쪽으로 나들이를 가기로 결정했다. 쓱쓱 찾더니 방이동에 맛집으로 유명한 샤브샤브집이 있다고 해서, 오지게 차가 막히는 토요일 점심, 100분간의 운전 끝에 "방이샤브샤브칼국수"에 도착했다. 맛집답게 우리 앞에 17팀이나 웨이팅이 있었는데, 여유롭게 커피 한 잔 테이크아웃하고 오니 회전율이 높아서인지 금세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개이득!!!!!
맛집답게 잡스러운 여러 메뉴 운용하지 않고, 딱 깔끔하게 칼국수와 소고기 샤브샤브 2가지 메뉴만 운영한다. 물론 칼국수만 먹는 사람도 없고 소고기만 먹는 사람도 없다. 둘 다 먹어야 진리이다.
소고기는 1인분에 9,000원인데, 고기 때깔이 상당히 훌륭하다.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육질이 좋다는 느낌이 확연히 온다. 맛집의 기본은 역시 좋은 재료이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동치미. 정말 시원하고 맛이 훌륭했다. 살얼음이 살포시 얼어있는데, 그야말로 한국식 전채 요리라 할 만하다. 입맛이 쑥쑥 살아나는 느낌!!!!!
그에 비해 김치는 별로 맛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익은 김치를 좋아하고 덜 익은 김치는 별로 선호하지 않는데, 아직 충분히 안 익어서 좀 심심한 맛이었다.
야채 숨이 죽으면 소고기를 먼저 샤브샤브로 먹는다. 살짝만 익혀서 바로 먹는데, 고기 맛 자체도 너무 훌륭하지만, 진짜 왜 이 집이 맛집인지 단박에 깨닫게 해주는 포인트는 바로 이 "육수"이다. 진한 고추장 맛이 확 올라오는데, 불쾌한 매콤함이 아니라 깊은 매운 맛이다. 매운 걸 잘 안 먹는 나조차도 계속 흡입하게 되는 마성의 육수. 흔히 볼 수 있는 단짠 같은 느낌이 전혀 아니라 깊이 있는 진한 맛에 완전히 반해버렸다.
소고기가 얼추 정리되면 칼국수 면을 조질 차례다. 면은 기계로 뽑지 않고 손으로 뽑는 듯하다. 그래서 더 쫄깃하고 쫀득하다. 등촌칼국수와 비교하자면, 등촌칼국수가 더 자극적이고 강한 느낌이다. 등촌칼국수도 물론 맛있지만 내 기준 조금 과하게 매운 느낌인데, 방이샤브샤브칼국수는 은근하게 매워서 더 마음에 든다. 방이동 승리!!!
그리고 어쩌면 샤브샤브와 칼국수보다 더 유명할지도 모르는 이 집의 히든 메뉴, 볶음밥. 육수를 다 비워내고 그릇을 가져가셔서 볶아 내오는데, 이게이게 진짜 물건이다. 약간 중국식 볶음밥 느낌인데, 기름지거나 느끼한 맛이 전혀 없고 정말 고소하다. 매운 칼국수 다음으로 먹기에 최적인 조합!!!!!
볶음밥을 퓨어하게 즐기는 것도 방법이지만, 남은 육수와 함께 먹으면 이게 또다른 매력이다.
웨이팅이 싫어서 맛집을 안 돌아다는 나조차도 홀딱 반하게 만들 만큼 훌륭한 맛집이었다. 이렇게 행복하게 먹고도 둘이서 38,000원밖에 나오지 않았다니, 고물가 시대에 가격까지 혜자여서 Double Joy, Double Happiness!!!!!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한번 다시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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