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8월 여름의 기세도 한 풀 꺾여간다. 아침에 일어날 때와 해 지고 집으로 돌아갈 때의 바람이 제법 선선한 것이, 이제 9월이 머지 않았음을 알려온다. 그렇게도 거센 기세로 뙤악볕을 내리쬐던 해도 이제는 약간의 서글픔을 머금은 마냥 저물어간다.
계절의 변화는 실로 놀랍다. 시간의 흐름이란 것도 몹시 두렵다. 원하든 원치 않든 모두에게 그리고 나에게 균질한 속도로 흘러간다. 바쁜 일상을 충실하게 살아나가다보면, 어느새 뭉텅이로 성큼 지나가버린 시간의 무게를 뒤늦게 실감할 뿐이다.
대회에 출전하겠다고 마음 먹은지도 어언 10개월이 넘어간다. 처음에는 작년 12월 바디프로필이나 다시 한 번 찍어볼 요량으로 헬스를 시작했다. 당시 흔들리던 내 삶에 강력하게 중심을 잡아줄 매개체가 필요했고, 나는 그것을 웨이트 운동으로 정했다. 시간은 넘쳐 흘렀고, 목표는 없었다. 부유물처럼 표류하던 삶에 확고한 일관성을 부여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지난 10개월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쉬지 않고 헬스를 했고, 초여름부터는 유산소 운동까지 추가해가며 더욱 박차를 가했다. 성과는 눈부셨다. 내 삶은 '운동'을 중심으로 공고하게 루틴을 잡아갔다. 직선적이지 않은 삶은 내게는 거추장스럽다. 일상에 매몰되어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는 채 사는 삶은 공허하다.
겨울을 나고, 봄을 맞이하고, 여름을 이겨내고, 이제 다시 가을이다. 수확의 계절이다. 자전거를 타고 금강을 달리면서 푸르게 생장해가는 벼들을 보았다. 곧 있으면 황금빛으로 알맞게 익을 참이다. 나도 내 수확이 머지 않았음을 온몸으로 느낀다. 그게 무에라고 나한테 준다면 얼마나 큰 기쁨을 주겠느냐만은, 그래도 수확은 수확이다.
뺨을 스치는 가을 바람에, 8월이 가기 전에 9월이 오기 전에 다시금 의지를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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