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ma

헤어질 결심 관람 후기

무소의뿔 2022. 8. 17. 17:31

광복절 연휴의 마지막 날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보는 일정으로 정했다.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예술에 대한 이해는 부족해서 영화가 꽤나 어려웠다. 관람 1회차만으로 충분히 감독의 의도를 다 파악하기에는 내 역량이 부족했다. 같이 영화를 보러 간 동행이 아니었다면 행간의 의미의 반의 반도 이해하지 못한 채 끝났을텐데, 큰 도움이 되었다.

박찬욱 감독이야 여러 말이 필요 없는 시대의 명감독이고, 그 예술 세계의 탄탄함이야 익히 알고 있지만, '헤어질 결심'은 감독의 다른 작품들보다 더 크고 긴 여운을 남겼다. 마치 잘 발효된 술을 오래 머금고 있다 삼키면 그 잔향이 입 안에 오래 머무는 것처럼, 영화를 보는 동안보다 영화를 보고 나서 더 곱씹게 된다.

소멸로서 사랑하는 사람의 붕괴를 지탱하고, 소멸로서 자신의 사랑을 완성한다. 현실에 발 디디고 사는 범인(凡人)들에게는 사뭇 기괴한 이 사랑의 형태는 오히려 사랑이 어디까지 숭고하고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를 드러낸다. 놀라운 것은 영화 내내 직접적인 사랑의 표현이 단 한번도 없다는 것이다. 언어로서 표현되지 않더라도 사랑은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

박해일과 탕웨이의 연기 또한 정말 훌륭하다. 박해일은 개인적으로 '연애의 목적' 때의 비쥬얼이 참 마음에 들었는데, 이제는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 중후해졌다. 이문세가 살짝 보인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여전하다. 눈망울로 많은 이야기를 대신하는 배우이다. 탕웨이 역시 군더더기 없는 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높이고 극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김신영의 캐스팅은 다소 의아했다. 극의 전반적인 톤 앤 매너와는 다소 엇나가 있는 느낌이었다. 그 외에 고경표나 이정현의 연기는 나름 훌륭했다.

사랑, 우리가 흔하게 떠들곤 하는 그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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