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레코딩에 이어 영상 촬영을 했다. 광명의 한 스튜디오에서 진행했는데, 교통량이 많지 않은 시간대인데도 서부간선도로는 너무 막혔다. 그래도 영상을 찍는 것이니 최소한의 꾸밈은 필요해서 먼저 미용실에 들러 드라이를 받았다. 나는 머리 손질을 정말 할 줄 모르는데, 평소에도 머리에 거의 아무것도 바르지도 않고 드라이하는 방법도 모른다. 그냥 생긴대로 살자는 주의. 가끔 이렇게 드라이를 받으면, 1.5배 정도 잘 생겨 보여서 기분이 좋다.
스튜디오에 들어서니, 지난 번 레코딩 때 함께 했던 음향 엔지니어 분과 사장님 두 분이 계셨다. 채광이 좋은 스튜디오였는데, 널찍한 공간에 크게 과하지 않은 단정한 인테리어 구성이었다. 패브릭 소파가 조금 낮아서 쿠션을 덧대어 키를 맞추었다.
촬영은 총 8 차례 진행되었다. 그 말은 같은 노래를 8번이나 불러야 했다는 것. 물론 이번 촬영 때는 영상만 촬영하고 노래는 지난 레코딩 때 작업한 결과물을 쓰기 때문에, 노래를 잘 불러야 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전날 술을 많이 마셔서 목이 잠긴 상태라 힘들긴 했다.
내가 슈퍼스타였다면 카메라 8대가 동시에 돌아갔었겠지만, 그런 건 아니니까. 인이어라는 것도 처음 꼽아보았다. 인이어에서 흘러나오는 레코딩된 내 음성이 낯간지러웠다. 노래 부를 때 내 목소리는 이랬구나. 사람이 말을 할 때는 자기의 뼈가 공명되기 때문에, 내가 느끼는 목소리와 남이 듣는 목소리가 다르다고 한다. 그 불일치에서 오는 묘한 낯섦과 어색함이 있었다.
촬영 자체는 순조로웠다. 과하지 않게 자연스러운 연기를 한다는 느낌으로 접근했다. 감정선에 따라 자연스럽게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부를 때 눈을 감는 게 편해서, 자꾸 눈을 감게 되었다. 사실 눈을 뜨면 허공을 응시해야 하는데,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시선을 어디에 특별히 두기가 어색해서 눈을 감는 순간이 많았다.
순수한 촬영 시간은 한시간 조금 더 걸렸던 것 같다. 생각보다 떨리거나 긴장되지 않아서 편하고 즐겁게 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최종 결과물은 8월 말 정도에 나온다고 한다. 영상으로 마주할 내 모습이 어떨지 설레인다. 지인 덕분에 좋은 경험과 좋은 추억, 그리고 좋은 선물을 얻어가서 정말 기쁘다. 나중에 술이라도 한 잔 대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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