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장 친한 대학 친구의 신혼 집들이를 다녀왔다. 광교까지 먼 행차였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여정을 떠났다. 사당에서 빨간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더워서 참 혼났다. 넷플릭스를 보며, 생활체육지도사 실기 공부를 하며 버스 차창에 몸을 싣고,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게 광교에 도착했다.
12년 전 즈음에 처음 광교에 갈 일이 있었다. 은사님이 수원에 계셔서 은사님을 뵈러 멀리 수원까지 갔었다. 그때 은사님이 아비뉴 프랑이란 곳으로 날 데려다 주셨다. 그때는 광교에 정말 아비뉴 프랑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다시 마주한 광교는 으리으리한 건물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완연한 신도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친구의 신혼집은 신축이었다. 아직 입주가 채 다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여서 그런지 게이트는 조금은 부산스러운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신혼집 내부는 정말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신축이 주는 새 것 같은 깨끗함에 더하여, 신혼 부부의 취향을 양껏 반영한 인테리어까지. 부부로서의 삶을 시작하기에 더 없이 좋은 환경이었다. 신축이라 그런지 방 사이즈가 아주 크게 잘 빠졌고, 심지어 화장실도 두 개였다. 우리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성공했다고 축하해줬다.
살면서 이 친구가 직접 요리한 음식을 먹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훈제오리, 연어, 하몽 스틱, 아보카도, 명란, 샌드위치, 치즈 플레이트까지 정말 푸짐하게 차린 한상이었다. 우리를 위해 이렇게 요리를 정성스럽게 대접해주니 참으로 고마울 따름이다. 이 다음부터는 뭐 말 안 해도 비디오처럼 뻔한 레파토리로 흘러간다. 배 터지게 먹고, 뻗기 직전까지 와인을 들이붓고, 오래된 얘기, 최근의 얘기, 각자의 얘기, 서로의 얘기를 나눴다.
친구가 결혼을 해서 참 좋다. 그에게 맞는 짝과 결혼을 해서 더욱 좋다. 보다 안정된 삶을 살아나가는 모습이 기특하다. 질풍노도 같은 청춘을 거쳐 이제는 평안에 다다른 것 같아 내가 다 마음이 놓인다. 물론 앞으로 살면서,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이 크고 작은 부침을 겪을 수밖에 없겠지만, 조금 더 단단해진 어른이 되어 잘 이겨낼 것이라 믿는다. 그렇게 그 앞에 놓인 시간들을 걸음걸음 밟아 나가며, 생을 살아가는 동안 슬픔보다 기쁨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그런 삶이 되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나 역시 슬픔을 조금만 느끼고, 기쁨을 크게 느끼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되, 더 높은 목표를 위해 정진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길 함께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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