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곡은 연습은 거의 2월부터 한 것 같은데, 완곡까지 거진 두 달 반이 걸렸다. 메인으로 준비하는 곡이 아니라 틈틈이 혼자 독학으로 연습한 곡이라서 다른 곡들보다 완곡까지 조금 더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하지만, 그만큼 내가 애정하는 곡이기도 하다. 선율의 유려함은 말할 것도 없고, 봄밤의 애닲은 정서를 이처럼 잘 표현한 곡이 또 있을까 싶다. 대중가요 중에서는 특히 말이다.
김윤아와 자우림의 음악세계는 참 매력적이다. 특히 야상곡은 김윤아의 첫 번째 솔로 앨범 '유리가면'의 타이틀 곡인데, 밴드 자우림의 색채에서 벗어나 김윤아만의 독보적이고 호소력 짙은 보이스와 서정적인 멜로디가 잘 어우러진 곡이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가 중학생이었는데, 중학생이 무슨 봄밤의 슬픔을 알고 사랑의 무상함과 덧없음을 안다고, 노래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저미었었다.
악보가 8페이지나 되어서, 악보를 도저히 보면서 칠 수가 없어서, 그냥 다 외우기로 결심했다. 두달 반을 연습하니까 저절로 악보가 다 외외졌다. 참 신기한 일이다. 처음 악보를 볼 때는 하루에 반 페이지씩 손가락으로 쫓아가기도 힘들었는데, 시간이 쌓일수록 연주가 자연스러워졌고, 그러다가 악보가 다 외워지고. 절차적 기억이라고 해야 하나, 몸이 어떤 동작에 숙달된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인 것 같다. 내가 연주를 하면서도 놀란다. 손가락이 기억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곡을 녹음하기까지는 총 2시간 반이 걸렸다. 자꾸 손가락이 엇나가는 통에 미스터치 없이 완전한 곡을 녹음하기까지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녹음실이 밀폐된 공간이라 너무 더웠지만, 선풍기라도 틀면 소리가 흐트러질까 참고 땀 흘리며 녹음했다. 대단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내 역량 안에서는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이다.
그리고 그랜드 피아노 건반을 한번 전반적으로 조율했으면 좋겠다. 특히 오른손 높은 피치 쪽에서 조율 상태가 다소 만족스럽지 않은데, 뭐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무튼 이렇게 또 한편의 야상곡을 졸업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y8Z-YwXGr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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