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데도 명지산 입구의 식당들이 죄다 문을 닫았다. 유일하게 연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레디메이드 햄버거로 긴급히 탄수화물을 보충해 준다.
운전을 할 때 명지산 생태전시관을 목적지로 찍고 왔다. 아이들을 위한 아기자기한 자료들이 많아 보인다. 물론 보지는 않았다. 저녁 약속이 있어 너무 늦지 않게 서울로 돌아가야 했다.
명지산을 오르는 코스는 2가지밖에 없다. 명지산 생태전시관에서 시작하는 1코스와 백둔리에서 오르는 2코스. 최단 코스라 할 만한 것이 없고 두 코스 모두 비등비등하게 멀고 힘들다.
오전엔 구름이 많아 하늘이 흐리더니 12시가 넘어가니 날이 활짝 개었다. 선글라스를 챙겨오길 잘했다.
명지폭포까지 약 3km 정도 거리인데, 도로를 포장해 놓았다. 정상까지는 약 6km 정도인데, 앞의 명지폭포까지 구간은 경사가 완만하고 포장이 잘 되어 있어 걷기에 별 무리가 없다.
1코스도 두 갈래로 나뉘는데, 명지산 정상으로 직행하는 코스가 있고, 사항봉을 경유해서 약간 돌아가는 코스가 있다. 백둔리 코스는 명지산 2봉에 먼저 도달하고 뒤이어 명지산 정상에 오르는 코스이다.
명지폭포로 가는 길에 먼저 승천사를 지난다. 문의 옆으로 난 길이 다소 묘하다. 저것은 이제 문이 아닌 것이다. 문은 한 세상과 다른 세상을 잇는 창 아니던가.
천왕문도 마찬가지이다. 문 옆으로 길이 나 있다.
다른 절에서는 쉬이 보기 어려운 독특한 불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약간 모에화되었다고 해야 하나, 예전에 국사 시간에 비슷한 내용을 배웠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승천사를 지나면 명지폭포까지 갈 수 있는 2가지 길이 나오는데, 하나는 비교적 최근에 설치한 데크탐방로이고 다른 하나는 쭉 이어진 포장도로다. 산행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데크탐방로를 택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명지산은 원래도 계곡으로 유명한데, 명지폭포에서부터 쭉 이어지는 맑은 계곡물을 참 원 없이 감상할 수 있었다.
데크탐방로는 비교적 최근에 조성되어 컨디션이 매우 훌륭했다. 게다가 숲을 통과하는 길이라 한낮의 뙤악볕을 피하기에도 나쁘지 않았다.
데크탐방로와 포장도로는 명지폭포 앞에서 하늘다리로 이어진다. 하늘다리에서 명지폭포를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폭포도 폭포지만 폭포 아래의 풍부한 유량의 작은 못이 탐난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명지폭포로 피서를 놀러와야겠다.
즐거움은 명지폭포까지였다. 명지폭포 이후부터는 고도가 급격히 높아지며 체력적 부담이 엄청나다. 명지산 정상까지 1,000m를 넘게 올라야 하는데, 명지폭포까지의 고도가 200m 정도밖에 안 되어서, 등산의 후반부가 상당히 고통스럽다.
좀처럼 휴식을 잘 취하지 않는 나로서도 3번 정도 숨을 돌리기 위해 쉬었다. 딱 이 표지판부터 진짜 힘들어진다.
700m 정도를 더 가서 또 쉬었다. 정말 한 걸음 한 걸음 옮기기가 쉽지 않았다. 날은 덥고 길은 멀고 정상은 아득했다.
여기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쉬었다. 그래도 이 지점까지 오르면 이제부터는 능선이라 다소 걸을 만해진다.
마지막 200m만 잘 극복하면 명지산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등반에 순수 이동시간만 고려했을 때 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다소 엉성하고 투박한 나무계단을 올라야 한다. 단차가 크고 폭이 넓어서 한 걸음씩 걷기에는 어렵다. 두 걸음에 나누어 걸어 올라야 한다.
고생을 많이 한 만큼 명지산 정상은 반갑고 또 위엄 있었다. 정상이 좁아서 여럿이 머물기는 어려운데, 3시를 넘긴 시점이라 사람이 거의 없었다. 쉽게 오를 산이 아니기도 하고 말이다.
명지산 정상에서는 만족스러운 풍경을 즐길 수 있었다. 오전에 다녀온 화악산은 왼쪽에 있는데, 군사시설이 있어서 사진으로 담을 수 없다. 눈으로만 즐기도록 하자. 그리고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있어 시야도 가린다. 그보다는 탁 트이는 서남쪽의 산세를 즐기도록 하자.
구름과 눈높이를 나란히 하고 녹음이 우거진 봄산의 정취를 즐기니 이것이 바로 망중한이 아닐 수 없다. 지난주 도봉산 신선대에서 바라본 전경보다 더 만족스러운 풍광이다.
기념 사진을 남겨본다. 선글라스를 낀 모습을 보니 문득 작년 요맘때 친구와 홍천의 가리산과 팔봉산을 다녀 온 기억이 난다.
화악산, 명지산, 연인산, 운악산을 연계하여 종주하듯 산행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체력적 부담이 상당하므로 초보에게는 권장하지 않는다.
오르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써서 하산은 조금 속도를 냈다. 마지막 포장도로 구간에서는 뛰었다. 그렇게 해도 저녁 약속에는 지각이었다. 돌아오는 길은 강원도에서 돌아오는 무수한 차들 때문에 참 막혔다.
하도 힘들게 산을 다녀와서 운동 기록도 공유해 본다. 정말 빡센 등산이었지만 그만큼 보람이 컸던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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