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8년만의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 후기

무소의뿔 2025. 4. 20. 20:26

수요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을 다녀왔다. 몸이 부러져 골골대고 있던 작년 가을에 인터파크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마침 취소표가 나와서 부리나케 두 장을 예약했다. 시간은 정말 빠르게 잘도 흘러가는구나, 그 사이 벌써 반년이 지나서 몸은 다 나았고, 영접의 시간은 다가왔다. 8년 전에도 함께 콜플콘을 다녀왔던 친구와 함께 했다.

8년 전에는 가난한 학생이라 공연만 보고 왔지만, 이제는 어엿한 어른이다. 기념 티셔츠 정도는 살 수 있다. 장당 6만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이지만, 그래도 기념으로 한 장 사고 싶었다. 앞판 그림은 왼쪽이 예뻤지만 이미 XL가 품절이어서 어쩔 수 없이 오른쪽 티셔츠를 골랐다. 나염이 되어 있어 일반 프린팅 티셔츠보다 훨씬 멋스러운 느낌이다.

고양 종합운동장에는 이미 관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중간에 급하게 이른 저녁을 먹고 오느라 6시 반이 되어서야 겨우 도착했다. 차 댈 데도 없어서 500m는 족히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하고 부리나케 이동을 했는데, 5시부터 스탠딩 석 입장이었는데도 아직 입장 시작조차 못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거의 마지막으로 입장할 수 있었다. 다음에 8년 뒤에 또 내한공연을 한다면, 그때도 스탠딩 석에 설 수 있을까? 나의 체력이 버텨줄까?

8년 전의 감동이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A head full of dreams 투어콘 때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다. 오프닝 때의 그 전율이란 8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생각날 정도이다. 과연 이번 콘서트는 그 이상의 환희를 선사할 수 있을지?

결론적으로 지난 콘서트보다 훨씬 더 웅장했고, 더 감동적이었고, 더 열정적이었다. 무대 연출도 더 풍성해지고, set list도 명곡 위주로 뽑아서 정말 2시간 내내 쉴 새 없는 감동이었다. 전주만 들어도 눈물이 핑 돌았다.

이 친구는 정말 계탔다. 평생 안주거리를 여기서 가져간다. 아침부터 와서 기다리는 열정 덕분이겠지만, 정말 부러웠다. up&up은 나도 누구 못지 않게 좋아하는 노래인데!!!

공연 말미에는 무대 뒤편의 특별 스테이지에서 어쿠스틱 노래들을 선보였다. 특히 sparks는 어마어마한 감동이었다. 그야말로 고막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내 바로 두 눈 앞에서 크리스 마틴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니, 정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장면이었다.

정말 2025년 상반기를 통틀어 가장 강렬한 몰입의 순간이 아닐까 싶다. 돌아오는 차 내내 콜드플레이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왔다. 2003년 어느 이름 모를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들은 In my place를 시작으로 20년이 넘도록 콜드플레이의 팬이었다. 올 가을 런던 여행에서 콜드플레이를 한 번 더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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