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에서의 첫 밤을 자고 일어났다. 오늘은 부다페스트 시내의 다양한 관광 명소를 돌아다니며 여행을 할 계획이다. 숙소를 나와 가까운 지하철 역을 향해 걸어간다. 지극히 유럽스러운 거리가 펼쳐진다.
헝가리는 유로를 쓰지 않고 포린트라는 자국 화페를 따로 쓴다. 따로 포린트를 준비해 오지 않아서 신용카드로 대중교통 1일권을 구매하려고 했는데, 기술적인 이유로 신용카드로 결제가 불가능했다. 궁여지책으로 우선 신용카드로 해외 현금서비스를 받아 포린트 현찰을 마련했는데, 교통권 발매기에는 또 동전밖에 안 들어간다. 그래서 교통권을 구매하려는 현지 분에게 부탁해서 현금을 드리고 1일권을 대신 발급 받았다.
부다페스트 2일차에 가장 처음으로 들린 곳은 '세체니 온천'이다. 이곳 부다페스트에는 규모 있는 온천이 여럿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크고 역사가 깊은 온천이 바로 세체니 온천이다. 수영장 레인까지 갖추고 있는 온천이니 말 다 했다. 큰 노천탕 2개가 있고, 실내 사우나와 탕도 따로 있다. 다만, 입장료가 다소 있는 편인데, 우리나라 돈으로 5만원이 넘는 거금이었다. 맥주 스파 시설이 있는데 여기는 따로 또 비싼 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세체니 온천을 즐기고 나서는 지하철을 타고 성 이슈반트 대성당을 찾았다. 부다페스트 시내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높이는 96m인데, 성당의 수려한 경관을 보존하는 의미에서 부다페스트 시내에는 96m를 넘는 건물을 짓지 못하는 법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고딕 양식의 이슈반트 대성당의 첨탑이 더 돋보이는 듯하다.
이슈반트 대성당은 다만, 화려한 외관 외에 내부에 볼거리가 풍성하지는 않은 편이다. 첨탑을 오르는 입장권은 별도 구매하여야 한다. 날도 덥고 건축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라, 성당만 빠르게 둘러보고 나왔다. 이슈반트 대성당 바로 옆에는 부다페스트가 자랑하는 안드라시 거리가 있다. 수많은 명품샵과 가게들이 대로 좌우로 즐비하다.
안드라시 거리를 조금 걷다가 트렘을 타고 헝가리 국립 박물관으로 이동했다. 도시 여행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잘 드러내고 있는 박물관을 돌아볼 수 있다는 데 있다. 2시간 정도의 박물관 구경은 매우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는데, 헝가리 나아가 동유럽의 종족적 다양성과 문화 발전 도상을 짧게나마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식사 시간을 놓쳐 박물관 근처의 펍에서 맥주와 함께 간단한 점심을 먹는다. 세르비아 햄버거라는데, 고기 패티는 나쁘지 않았지만 음식이 전반적으로 짰다.
요기를 마치고 회쇠크 광장으로 향했다. 우리 말로 하면 '영웅 광장'인 셈인데, 널찍하고 시원한 공간감이 돋보이는 광장이다. 날이 무더워 광장은 몇몇 관광객을 제외하고는 한산했다.
기념 사진을 한 컷 남겨본다.
회쇠크 광장을 뒤로 하고 부다페스트의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보기 위해 치타델라 요새로 오른다. 약 200m의 언덕인데 공원처럼 잘 조성해 두었다. 날이 무더워 몇 걸음 옮기지 않았는데도 땀이 비오듯 쏟아져 내렸다.
언덕의 맨 꼭대기에는 탑이 있는데, 보수 공사 중이라 들어갈 수가 없었다. 대신 조금 아래에 있는 전망대에서 부다페스트를 내려다 보았다. 야경이 더 예쁘다고 소문난 도시이지만, 낮에 보는 시의 경관도 못지 않게 훌륭하다.
열사병에 걸리기 직전이라 치타델레 요새를 들린 이후 바로 숙소로 복귀했다. 찬 물로 샤워를 하고 2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니 정신이 돌아오는 듯 했다. 이제 오늘의 마지막 일정인 부다페스트 야경 투어를 돌 시간이다. 부다 성에서 조금 더 북쪽으로 가면 어부의 요새가 있는데, 어부의 요새 자체도 관광 명소이지만 여기서 내려다보는 부다페스트 시내의 모습이 참 장관이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단연코 국회의사당 건물이다.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정말 동유럽으로 여행을 왔다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노랗게 빛을 내는 부다페스트의 밤을 혼자가 아니라 연인과 함께 보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야경 투어를 마치고 시내의 조용한 펍에 들러 맥주를 한 잔 하면서 동유럽에서의 둘째날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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