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목표가 매달 1권씩 책을 읽는 것이었다. 2월부터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독서 진도가 꽤 밀렸는데, 더 이상 밀려서는 아니된다는 비장한 각오로 매일 20p씩 독서를 하기로 결심했다. 무려, 2월, 3월, 4월치 서적을 하루에 20p씩 읽어야 하는 위대한 프로젝트이다. 쉽지 않지만, 매일의 미리 알림을 설정해 놓고 독서를 계속해 나갔다.
3월 독서 목표로 정한 책은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뱅상 르미르의 '예루살렘의 역사'이다. 오랜만에 인문/역사 쪽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른 책이었는데, 놀랍게도 만화책이었다... 와우... 슬램덩크 이후 처음 보는 종이로 된 만화책이다. 어쩐지 책이 보통의 책보다 더 크고 넓더라니...
그래도 책 자체는 유익했다. 만화 특유의 상상력이 더해져 예루살렘의 역사를 빠르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개략적으로는 예루살렘의 역사를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독서의 즐거움은 기존의 지식을 구체화하는 데 있지 않겠는가! 5,000년에 가까운 예루살렘의 역사를 쭉 살펴보면서, 피상적인 앎을 구체적인 지식으로 가꿔나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실은 예루살렘이 단지 전쟁과 분쟁, 피로 얼룩진 도시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중동의 화약고, 수많은 민족과 종교가 얽힌 분쟁의 장 뒷면에는 민족과 종교 간의 화합과 공존 그리고 상생의 역사가 있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꽤 오랜 시간 동안 예루살렘을 평화롭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사실은 사뭇 놀라웠다. 십자군 전쟁 시기에도, 최근의 이스라엘과 PLO 간의 분쟁 시기에도, 평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 왔던 것이다.
다만, 책의 한계도 분명했는데, 예루살렘이라는 도시를 중심으로 연대기적으로 설명을 이어가다보니, 예루살렘이 왜 세계 유수의 종교의 성지가 되었고, 그 상징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반목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관한 역사적, 지정학적, 국제정치적인 역동성에 관한 설명은 상당히 생략되어 있었다.
그리고 예루살렘의 한 시대에서 다른 시대로의 전환에 관한 부연 설명이 다소 부족한 점도 아쉬웠다. 물론 도시를 중심으로 하여 서술하다보니 어쩔 수 없기도 하겠지만, 내용의 다각적이고 풍성한 구성 면에서는 조금은 아쉬웠다. 중급자 이상의 역사 지식을 탐닉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101 스러운 점이다. 그래도 입문서로서는 나쁘지 않은 느낌이다.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찰스 다윈 - 종의 기원 (0) | 2024.04.30 |
---|---|
박진성 - 진짜 하루만에 이해하는 반도체 산업 (0) | 2024.04.24 |
무라카미 하루키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2) | 2024.02.06 |
마이클 샌델 -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1) | 2024.01.01 |
카를로 로벨리 -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0) | 2023.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