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피엔스를 읽고 호모 데우스를 안 읽는다면, 그것은 사피엔스를 절반만 읽은 셈이다. 사피엔스가 인류의 여명에서 오늘날까지를 조망한다면, 호모 데우스는 인류의 미래를 논한다. 하라리는 역사학자의 통찰로 다가올 인류의 미래 의제가 '불멸', '신성', '행복' 이 세 가지로 압축될 것을 예견한다.
거대한 역사적, 사회적, 철학적 담론의 궤적을 따라가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지적 즐거움이다. 그러한 새로운 배움이 내 삶에 어떤 실천적인 규율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면 더 큰 즐거움이다. 두 번째 완독을 마친 책이라 그 세세한 내용을 읊는 것보다 독후의 감상을 갈무리하는 게 더 의미가 있을 듯 싶다.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가장 뇌리에 깊게 각인된 내용은 인간은 결국 생화학적 알고리즘이라는 사실이다. 그것도 아주 무수한 생화학적 알고리즘의 집합체라는 사실. 우리 사회가 확고하게 근거하고 있는 개인주의, 자유주의, 인본주의는 '개인'이라는 나눠질 수 없는 확고한 실존을 토대로 한다. 현대 생물학의 가장 파괴력 있는 발견은 '자아' 개념이 근거가 빈약한 허구적 구성물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나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아마 내가 사는 동안 인간이 불멸과 신성을 획득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몇 세대가 더 흐른 뒤라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 끼인 세대의 일원으로서 나는 나의 삶과 나의 인생에 어떠한 가치와 목적을 부여하고 살아야 하는가?
좋은 책이란 읽고 나서 명쾌해지는 책이 아니라 질문을 남기는 책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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