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의 '뉴블랙짐'이라고 꽤나 시설이 괜찮은 헬스장이 있다. 4월부터 등록해서 헬스 중이니 벌써 5개월 차이다. 오픈한지 1년이 채 안 되어 시설이 깔끔하고, 기구도 훌륭하며, 트레이너들이 대체로 젊고 열성적이다.
그 중에 리더급 되는 트레이너가 있다. 키는 170cm 전후인 것 같고, 항상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하여 눈만 내놓고 다닌다. 아마 예명을 Ricky로 썼던 것 같다.
Ricky는 헬스장 시설을 참 아끼는 듯하다. 귀동냥으로 듣기에는 헬스장 주인과 친구 관계인가 뭐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더 책임감이 있어서 그런 걸까? 내가 이 헬스장을 이용하는 동안 Ricky는 총 5번 정도 덤벨 또는 바벨을 살살 내려놓아 달라는 부탁을 했다.
영화 해바라기를 보면 감옥에서 출소하고 사우나에 들린 오태식(김래원 분)이 사우나의 전자동식 락커 열쇠를 잘 다루지 않아 기계음이 반복해서 들리자, 사우나 관리인이 오태식에게 한 소리를 하는 장면이 있다. 마치 그와 비슷하다.

단언컨대, 나는 덤벨이나 바벨을 던진 적이 없다. 소리가 크게 났을 수는 있다. 세트를 마치고 덤벨과 바벨을 원위치시키는 과정에서 세트 말미에는 근력이 소진된 상태니까 중량을 완전히 통제하지 않는다. 물론 파워리프팅 마냥 꼭대기에서 바벨과 덤벨을 던지는 것은 아니다. 덤벨은 지면으로부터 10cm 정도까지 가져다 놓고 거기서 떨어뜨리고, 바벨은 랙과 바벨이 접촉하면 약 3cm 정도 이격된 상태에서 내려놓는다.
이 정도면 내가 과도한 건 아닌 것 같은데, 자꾸 찾아와서 살살 내려놓으라고 주문하니 부아가 치밀었다. 지난 주가 딱 그러하였다. 안 그래도 다른 회원들 PT 수업할 때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 쓰는 양태가 사뭇 거슬리던 Ricky였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그가 나의 신경을 확실히 거슬렀다.
Ricky, "회원님 운동하실 때 바벨을 살살 내려놓으세요"
나, "살살 내려놓았는데요"
Ricky, "소리가 너무 커서요"
나, "제가 바벨을 던지는 건 아니잖아요."
Rikcy, "제가 듣기엔 던지는 걸로 들려요."
나, "이 헬스장은 뭐 이리 안 되는 게 많아요?"
이렇게 대화가 일단락되었다. 짜증난다. 화가 난다. 다시 글로 정리하니까 더더욱 화가 난다. 내게 모욕감을 준 Ricky에게 나의 분노를 되갚아주고 싶다. 최소한 그의 안녕을 위해 기도할 일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