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초등학교 4학년 때, 아직 할머니와 같이 살 때였다. 집 근처에 오목공원이라고 근린공원이 하나 있었다. 지금이야 그 근처에 목운초등학교, 목운중학교, SBS 사옥이 들어서 있지만,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별 것 없이 오목공원만 있었다.
학교를 마치고 할머니와 동생과 함께 오목공원으로 놀러 갔다. 놀러 간다고 해서 뭐 특별한 게 있는 건 아니다. 할머니는 바람을 쐬고, 동생은 흙놀이나 했을 것이고, 나는 그 당시 꽤 아끼던 농구공을 들고 공놀이를 했다.
돌아오는 길에 농구공을 튀기며 걸었는데, 그만 공을 놓쳐버렸다. 공원에서 공원 입구까지는 내리막길이었고, 내 통제를 벗어난 공은 통통 튀기면서 빠른 속도로 차도에 진입해버렸다. 공을 주으려 뒤쫓았으나 공이 차도로 넘어가버린 것을 본 할머니는 멈출 것을 주문했고, 나도 몸 움직이기를 멈추었다.
하얀색 아반떼였던 것 같다.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농구공을 그대로 밟으며, 농구공이 순간 터져버렸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말이다. 나도 할머니도 동생도 모두 놀라서 벙찐 것 같다. 아반떼 운전자는 창문을 열고 성질을 내고 그대로 가버렸다. 그 자리엔 터져서 거죽처럼 되어버린 농구공이 있었다.
농구공이 터져서 슬펐을까? 아마 슬펐겠지. 아저씨가 소리쳐서 놀랐을까? 아마 놀랐겠지. 그냥, 그런 기억이 문득 났다.
728x90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전거 뒷바퀴가 터지다. (0) | 2022.08.16 |
---|---|
폐지 줍는 할머니 (0) | 2022.08.16 |
어린 시절의 기억 (3) (0) | 2022.08.16 |
어린 시절의 기억 (2) (0) | 2022.08.16 |
어린 시절의 기억 (1) (0) | 2022.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