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약속된 레코딩 날이었다. 퇴근하고 741 버스를 타고 논현으로 넘어가서 다시 360 버스로 갈아타고 역삼으로 갔다. 첫 직장이 있던 익숙한 거리였다. 오랜만에 역삼에 오니 옛 추억이 짧게 스쳐 지나간다. 새벽에 퇴근하며 택시를 잡던 일이며, 모두가 잠든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며 졸음과 피로를 쫓아내던 기억, 인생 첫 바디프로필을 찍겠다고 GFC의 엑슬 휘트니스에서 짬이 날 때마다 운동하던 것까지,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시간은 쏜살과 같다.
마침 GFC에서 일하는 친구가 퇴근 전이라 그래서 잠깐 얼굴 보고 담배를 나눠 피웠다. 롯데카드에서 프로모션으로 CU 5,000원 할인 쿠폰을 보내줘서, 삼각김밥과 단백질 음료 2+1을 구매하고 저녁으로 먹고 마시고, 녹음실로 이동했다. 스튜디오는 밝고 깔끔한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었다. 마치 노래방처럼 스튜디오 안에 여러 개의 부스가 있었고, 시간제로 부스를 빌려서 레코딩 작업을 하는 공간이었다. 뭐랄까 프로 뮤지션들이 작업하는 스튜디오를 막연히 상상했었는데, 의외로 친숙한 느낌이었다. 대학 시절 밴드 활동 하던 때 쓰던 합주실 같달까?
엔지니어 분이 캐리어에 챙겨온 장비를 세팅한다. 엔지니어의 심장과도 같은 맥북 프로와 각종 레코딩 장비가 쏟아져 나온다. 나도 열심히 목을 풀고 비치되어 있는 건반을 두드리며 긴장을 누그러뜨려 본다. 레코딩 일주일 전부터 틈틈이 코인 노래방을 다니며 연습을 하긴 했지만, 노래를 안 부른지가 너무 오래되어 조금 긴장되긴 했다. 특히 노래방에서와 달리 핸드 마이크가 아니라 스탠딩 마이크라서, 손이 허전했다.
녹음은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스튜디오를 2시간을 빌렸는데, 1시간 조금 더 하고 녹음을 마쳤다. 3번 정도 완곡을 하고, 파트별로 2번 정도씩 더 불렀다. 소스가 충분히 쌓여서 더 녹음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엔지니어 분이 말하셨다. 나는 내 곡에 만족이 안 되었지만, 엔지니어 분은 잘 부른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감사한 일이다.
오랜만에 노래를 부르니, 가성으로 노래를 부르는 부분에서 강약 조절과 감정 표현이 쉽지 않았다. 역시 성대도 근육이다. 자주 쓰고 단련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 성대의 탄성이 많이 떨어져 있었나보다. 그래도 내게 주어진 역량 범위 하에서 최선을 다해서 레코딩을 했고, 꽤나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레코딩을 마치고서는 그 전날 매봉역에 거치해 뒀던 자전거를 찾으러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밤 공기가 선선해서 양재천, 탄천, 한강 그리고 안양천으로 이어지는 라이딩 길이 제법 기분이 났다.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노곤해서 금세 잠을 청했다. 다음 주에는 촬영이 예정되어 있다. 레코딩된 음원에 맞춰 일종의 acting을 하는 것. 레코딩도 첫 경험이지만, 촬영도 첫 경험이라 은근히 기대가 된다.
인생에 즐거움이 참 많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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